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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물 주기

무언가를 돌본다는 것의 의미

by 끼미 Sep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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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지만 별거인, 나를 행복하게 하는 행동들에 관한 이야기





식물에 물 주기, 중요한 아침 일과다. 이 집에는 나 말고 또 다른 생물체 셋이 있는데 몬스테라 하나와 두 그루의 바질 나무다. 밀크티 사 먹고 남은 리유저블 컵에 한 가득 물을 담아 세 친구에게 고루고루 물을 주고 빵 만들 때 쓰려고 산 미니 분무기로 이파리에도 촉촉함을 더해준다. 사실 이파리에 물 뿌리는 게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른다. 그냥 이파리에 물방울이 맺혀 있으면 괜히 더 생기 있어 보여서 할 뿐이다.


기분이 내키면 몬스테라의 이파리를 닦기도 한다. 산 지 오래돼 이제는 그냥 티슈가 되어버린 물티슈에 물을 듬뿍 적셔 이파리 위에 쌓인 먼지들을 닦아준다. 이 뽀얀 먼지들은 어디서 나온 걸까 생각하며 손을 놀리다 보면 새로운 시작에 살짝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세상에 나와 반딱반딱 빛나는 몬스테라 이파리만 남은 기분, 꽤나 근사하다.


친구들과의 아침 면담 시간을 마치고 나면 뿌듯하다. 나의 손길로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들을 보면 내가 쓸모 있는 존재가 된 기분이다. 이따금 연초록의 새 이파리를 선물해 주는 몬스테라를 보며 무능력한 나도 할 줄 아는 게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가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우리 집 식물 친구들을 떠올린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기후 변화 방지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있는, 내일 아침에도 내가 물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소중한 초록 친구들을. 오래오래 살아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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