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든 생각
중국어 초보로서 대만에서 살면서 깨달은 점 하나는 '한글이 정말 편리한 글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날을 맞아 재미로 써보는 '한글'의 좋은 점 두 가지!
※ 언어인 한국어와 중국어가 아닌, '글자'인 한글과 한자의 비교이다.
1. 모양이 단순하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되어 있어서 생김새가 단순하다.
'꿻' 같은 복잡한 글자가 있어도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을 뿐더러, 획수가 많지도 않다.
글자가 단순하다 보니 학창 시절에 깜지를 써도 금방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었다.
반면에 대만에서 쓰는 번체자(우리가 아는 한자)는 정~말 복잡하다.
손으로 쓰면서 외우는 스타일이라 중국어 공부할 때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다.
글자 하나하나가 획수가 많고 비슷하게 생긴 글자들이 많다보니 잘 외워지지도 않아서
작문 숙제 해가면 점 하나, 획 하나 빼먹어서 빨간펜 표시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나는 건, 식당에서 알바할 때 '약간 매움'에서 '약간'을 의미하는 '微'를 써야 했는데
도통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나서 어버버 했더니
퇴근할 때 사장님의 초등학생 딸이 아주 또박또박하게 쓴 '微'가 적힌 종이를 건네줬었다.
내가 배운 중국어는 아주 극히 일부일 텐데 대만 사람들은 그 많은 한자를 어떻게 외우는지 신기했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어릴 때부터 해서 당연히 아는 거라고는 하던데 과연 나도 그랬을지...
2. 발음 그대로 표기할 수 있다
한글은 중국어든 스페인어든 한국어가 아닌 각종 외국어도 발음나는 그대로 표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만에 먹으러 왔습니다>에 올린 무떡을 '루오뽀오까오'라는 중국어 발음대로 적을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원 발음과 다를 수는 있지만, 들리는 대로 적자면 그대로 적을 수는 있다.
그런데 한자는 그게 불가능하다.
외래어의 발음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하긴 하지만 한글에 비하면 원 발음과 이질감이 느껴진다.
가령 대만 카페에서 자주 시켜먹었던 포카치아는 중국어로 '푸카시아(佛卡夏, fúkǎxià)'로,
베이글은 '뻬이구어(貝果, bèiguǒ)'로 발음하는데,
원래의 발음과 어느 정도 비슷해서 '포카치아인가?' 하고 때려맞출 수는 있지만 많이 다르다.
대만은 좋지만 중국어, 특히 한자는.....
세종대왕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