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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미 Oct 14. 2024

떠나간 인연에 편지를 부칠 수 있다면

철없는 사람의 철없는 생각

How U doing 잘 지내 그랬으면 해
실수였던 말들에 아프지 말고
돌아갈 수 없어도 기억하고 있어
마음 깊은 곳에 있어
Where're U going 지금쯤 함께였다면 좋았겠다 생각해
그래도 어떤 이유가 있을거야
모쪼록 난 좋아 너도 잘 지냈으면 해

- 윤하, <잘 지내> -


얼마 전 알게 된 가수 윤하님의 <잘 지내>라는 곡의 가사다. 우연히 이 곡을 처음 들은 후로 며칠째 누가 내 기도를 꽉 틀어쥐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다. 절절한 가사 때문인지 감성적인 멜로디 때문인지 누가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엉엉 울 것 같은 마음이다. '돌아갈 수 없어도'라는 가사처럼 시간은 절대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는 상대성 이론이 원망스럽다.


만에 하나 과학 법칙을 거슬러 역방향의 시간 흐름이 존재한다면, 그 흐름을 따를 수 있다면 주저없이 돌아가고 싶다. 실수를 가장한 어리석은 나의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도록, 아직 그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여겼던 순간으로 회귀해 이기적이고 멍청했던 나를 바꾸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너무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도 내 마음 그대로 내뱉지 못 하는 이 바보 같은 존재가 어떻게 절대적인 과학 법칙을 거스를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것보다 앞으로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임을 안다.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 지금 내 곁에 함께 하는 이들에게는 미운 말을 하지 않고 그들을 아끼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쑥스럽기도 민망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인생의 오점만 쌓인다는 걸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아주 뼈아프게 울어가면서, 매우 처절하게 외로워하면서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래도 가끔 이런 노래를 들을 때면, 지난 날에 대한 글을 쓸 때면 이미 떠나가고 없는 인연들이 찾아와 내 마음 한구석에 돗자리를 펼치고 자리잡고 앉는다. 그들을 볼 낯이 없어 거센 태풍을 데려오고 강한 지진을 일으켜도 떠날 생각을 않는다. 쫓아보내기 위해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그들은 더 큰 돗자리를 옆에 펼치고 합심이라도 한듯 벌러덩 드러눕는다. 잊고 있던 또 다른 인연들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하며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자리에 존재한다.


그럴 때면 강한 충동을 느낀다. 면목 없지만, 말도 안 되지만 연락해볼까 하는 미친 생각을 하며 카톡의 숨김친구 목록을 뒤적거려본다. 이제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아린 세 글자를 찾아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본다. 아름다운 바다 앞에서 혼자 찍은, 또는 누군가와의 결혼식에서 함께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우리도 한때 잘 지냈었는데' 하는 아주 유치한 마음이 든다.


그러다 그 어떤 근황도 전해들을 수 없는 이가 생각나면 어떻게 지낼까,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가도 아주 조금은 씁쓸해진다. 내 기억 속 그와 많이 달라져 있겠지, 그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래도 그리 상상이라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에게는 마음 속으로나마 '잘 지내?'라는 말을 건넬 수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정말 다행이다. 이 티끌 같은 용기로는 '1:1 채팅하기' 버튼을 누를 수도, 전화를 걸 수도 없으니 말이다. 나 혼자 좋자고 부리는 욕심이 누군가에겐 잊고 있던 상처를 다시 들쑤시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예상보다 차가운 반응이 후회 어린 그리움보다 더 뾰족한 가시가 되어 돌아왔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추억은 추억이기에 아름답다는 말은 세상의 진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만 있다면 떠나간 지난 인연들에 편지를 부치고 싶다. 내가 너무 어리고 어리석어 상처를 주는 줄도 모르고 못된 짓을 했다고, 나 때문에 흘렸던 눈물은 모두 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면 다행이고 기쁘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튼튼한 새 살이 자라나 있기를 이기적인 마음으로 감히 기원해 본다.



*가수 윤하님의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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