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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옹지마 Aug 24. 2022

비타 500의 행복

일흔 정도로 보이는 여성분이 내가 일하는 안내데스크로 오셨다.


병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몰라 도와달라고 하셨다.


‘오~ 멋지다. 저 연세에 카톡을 보내는 것도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마침 이른 시간이라 내원객이 많지 않았다. 


천천히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서 어플을 깔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고 회원가입까지 도와드렸다. 


“다 됐습니다.”


그리고 혹시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잊으실까 봐 그분의 카톡으로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입력해 보내고, 또 그 화면을 캡처해 갤러리에 저장했다. 


“혹시 까먹으시면 요 갤러리로 들어가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어르신은 “고마워요, 복 받으세요.”하며 가셨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책상 위에 자양강장 음료와 아로나민 골드가 놓여 있었다.


옆 동료가 그 어르신이 놓고 가셨다고 했다. 


내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고, 그걸 또 알아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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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렸다.


“어제 제가 병원에서 지갑을 놓고 온 거 같아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희가 지갑을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갑 주인인 여성분은 바로 오겠다고 했다.


데스크 10미터 앞에서 한 여성분이 남편으로 보이는 분과 함께 나에게 오고 있었다.


"지갑 주인이 오신다." 


지갑은 고가의 브랜드였고, 수십만 원의 현금도 들어 있었고, 신용카드도 여러 장 들어 있었다.


나도 지갑을 분실해봤지만 돈도 돈이지만 카드나 신분증으로 잃어버리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지갑을 건네고 혹시 없어진 거는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씀드렸다.


모든 게 그대로 있다며 행복한 얼굴로 돌아가셨다.


내 마음도 행복 졌다.


잠시 환자 안내를 하고 돌아오니 책상 위에는 비타 500 한 박스가 놓여 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 좋은 일 연속이다.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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