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끄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절망의 순간을 만난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적이다.
이 상황만 넘어가게 해 달라는 간절함,
한 번만 손을 잡아 달라는 애원,
그 순간의 기도는 불꽃처럼 치솟는다.
나는 그런 기도를 드린 적이 있다.
병상에 누운 이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살려 달라는,
하늘을 향한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그 불꽃 같은 기도는 나를 지탱하지 못했다.
흔들리는 불꽃, 그러나 금세 꺼지는 불꽃.
나를 이끌어온 것은 순간의 기도가 아니라
날마다 쌓아온 작은 기도들이었다.
아무도 듣지 못한 작은 감사,
길을 걸으며 올리는 진솔한 속삭임,
잠들기 전, 눈을 감으며 올린 다짐.
그것들은 거창하지 않았다.
대단한 언어도, 특별한 주문도 아니었다.
그러나 소박하지만 큰 기도들은 묵묵히 쌓이며 내 안에 자리를 잡았다.
그 보이지 않는 두께가
위기의 순간마다 나를 붙들어 주었다.
기적을 바라는 기도는 불꽃이고,
오래 쌓인 기도는 뿌리다.
불꽃은 순간을 환하게 비추지만
곧 꺼지고 만다.
그러나 뿌리는 땅속 깊이 숨어
보이지 않게 자라며 생명을 붙든다.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삶은 그 뿌리 위에서 자란다.
나는 이제 안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단 한 번의 기적이 아니라
날마다 쌓아온 기도의 두께라는 것을.
기적은 우연히 오는 선물일지 몰라도,
기도의 두께는 삶을 준비하는 힘이다.
그 힘이 있기에 나는 버틸 수 있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