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약속] 하루에 한 번 필사노트 쓰기

by 윤성진

EP. 1 위로는 내 손으로 직접 잡는 것.


부모님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나서부터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급하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뭔가가 필요했다. 감정이 밑바닥까지 쳐야 다시 정상회로로 올라올 수 있다는 건 많이 들어와서 알겠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맘이 조급해진 탓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많은 심리상담사분들과 대학 심리학과 교수님들의 영상을 알고리즘을 타고 보게 되면서 우연찮게 김종원 작가님의 영상도 보게 되었다.
말을 끊이지 않고 조리 있게 어쩜 그리 잘하시는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쏙쏙 박히면서 공감도 느끼고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도 받게 되었다.

날도 참 주옥같은 말들에 현혹되어 고개를 끄떡끄떡 하고 있을 때쯤, 최근에 출간한 책이라며 소개한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노트'이다.

글씨체가 예쁘다는 소리는 고등학생 때부터 들어왔던 터라 나름 장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칭찬을 양분 삼아 글씨를 계속 쓰다 보니 쓰는 행위자체를 좋아하게 된 지도 오래다.


그런데 좋은 문장을 따라 쓰는 필. 사. 노. 트. 라니!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읽고 쓰기'까지 하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따라 쓰는 내내 감정정리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EP. 2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


하지만 백일 까짓 거 금방 쓰겠지.. 싶었는데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다. 글씨를 쓰는 행위는 전혀 어렵지 않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게 가끔 힘들었다.


오로지 내 손가락만 움직이고 다른 모든 것들은 시간이 멈추듯이 고요해야 오늘의 문장이 내 것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족이 자는 시간에 나는 누웠다가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워 식탁으로 향한다. 조용히 책을 펼치고 검정펜을 집어 들고 꿇어앉은 자세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화도 났다.


이제 20일 정도면 한 권을 다 쓰게 된다.

책 한 권을 꼼꼼히 다 읽은 지가 십 년도 더 지난 것 같은데 이 기록이 깨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와의 약속을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게 되면 늘 제자리걸음을 걷게 되어 1년 뒤든 2년 뒤든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내면에 어떠한 발전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난 항상, 언제나, 늘 잊어서는 안 된다.

알을 깬 이상 내 힘으로 뚫고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