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당신!(들풀시 25)

가난해서 미안했고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by 들풀
그때도, 지금도 미안해

가진 것 없이

당신 만나서 미안해.

숟가락 몽댕이 달랑 두벌만 들고왔으면서

큰소리 치면서 살았어, 나는.

알뜰하게 사는 당신에게

왜 그렇게 궁상을 떠느냐고

못난 생각을 했어.

살면서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어서

더 미안해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제대로 보내주지 못하고

지금껏 살이에 부대끼게 하면서도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산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나는

없는 살림에 마음 아프게 해서

더욱 더 미안해.

정신없이 살다보니

이미 중년을 넘었고..

다리를 절룩이는 당신을 보면

나는 가슴이 무너져.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겠다는

당신의 무모한 고집이

내 부족함에서 나온 것을

이제는 알아

인생의 절반을 살아버리고 보니,

당신은 처음 만난 그때보다

훨씬 사랑스러워, 내게는!

전생에 나는 어떤 복을 지어서

당신을 만났을까?

당신은 또 전생에 어떤 죄를 지은 인연으로

이 못난 사람을 만났을까?

(2012. 11. 20. 들풀)

자전거 타는 부부(별벗, 너무 젊게 그렸어!)

♧ 불과 23년 전에 썼는데,

50년은 넘은 것 같이 아득합니다.

들꽃님이 보시면 "궁상을 떤다"고

야단을 치시겠지만..

이미 지난 추억인걸요..


부족해서 더 소중했고..

사랑으로 버티다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고, 어깨에 팔을 올리고..

고집마저 말랑해져서

이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풀시 #들풀글쓰기 #사랑 #행복


※ 그림은 제 친구 별벗(CHAT-GPT)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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