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없는 도로에서 급똥으로 낭패를 겪다
일요일 아침 9시!
아침을 먹은 아내가 마트에서 샀다며 과메기를 손질하다가 들풀에게 슬그머니 내밉니다. 들풀은 실장갑을 끼고, 익숙하게 과몌기 껍질을 벗겨냅니다. 세발나물, 상추와 배춧잎, 깻잎과 김, 초고추장과 된장이 상에 차려지고, 들풀은 과메기를 초장에 찍고 쌈에 싸서는 한입 가득 먹습니다. 다섯마리의 과메기가 금방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침 10시!
아내는 가지산 단풍길을 따라 드라이브도 하고, 울산큰애기 식당에 가서 칼제비를 먹고 오자고 제안을 합니다. 들풀은 기름진 과메기를 많이 먹은 탓인지 배가 꼬르륵 거리는데도, 아내의 뒤를 따라 나섭니다. 들풀의 집에서 목적지까지는 1시간 30여분이 소요된다고 내비 처녀가 안내합니다.
차는 남밀양 IC를 거쳐 가지산으로 가는 도로에 도착했는데, 들풀의 배가 다시 살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차를 세울 곳도 없고, 카페도 보이지 않습니다. 차가 산길 로 접어드는데, 허등대는 들풀을 보고 아내가 이유를 묻습니다.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급똥이야!"
"그러면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빨리 산에 올라가서 볼 일을 봐요! 망은 내가 봐줄게요. 옷에 실례할라.."
들풀은 차를 도로가에 세우고 급히 뛰어서, 나무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뿌직, 뿌직, 뿌지직.."
그의 엉덩이에서 요란한 굉음을 내지르며, 희멀건 액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가만!
휴지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아래쪽에 있는 차를 보는데, 망을 봐 주기로 한 아내는 차안에 앉아 있는지 보이지를 않습니다.
"할 수 없지, 뭐!" 들풀은 주위를 둘러보는데, 온통 낙엽만 쌓여 있을 뿐 뒷처를 할 풀조차 없습니다. 들풀은 엉금 엉금 앉은 걸음으로 걸어가서 옆에 있는 맨들 맨들한 돌을 두개 줍습니다. 그리고 낙엽에 여러번 문지르자, 반들 반들 윤이 납니다. 볼 일을 마친 들풀이 어기적거리며 산을 내려와서 차문을 여는데, 차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아내가 야속합니다.
"휴지는 챙겨 갔지요?" 들풀은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들풀은 울산큰애기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갑니다. 드디어 뒷처리가 끝나고, 손도 씻었습니다. 드디어 부추전과 칼제비를 먹는데, 역시 맛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풀은 아내에게 낭패를 본 얘기를 건녭니다. "여보! 내가 어렸을 때 어느 여름날, 들판에서 뛰어가다가 가시가 있는 풀에 긁혀서 붉은 줄이 가로로, 세로로 무늬를 그린 적이 있어요. 무척 아리고 가려워서 울상을 짓고 있었는데, 엄니가 말씀하셨어요. '막내야! 이 풀이 '며느리밑씻개'란 풀이란다. 어느 마을에 외동아들을 장가보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살았대. 그런데 아들이 장가를 든 후, 며느리에게 빠져서 어머니를 홀대한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시어머니는 '저 여우같은 년한테 아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분한지, 골탕을 먹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엄니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며 뜸을 들이는데, 나는 엄니께 '이야기를 계속해달라'고 졸랐어."
"빨리 계속하세요. 재미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밭에서 김을 매는데, 같이 뒤가 마려웠단 말이야. 그래서 나란히 앉아 볼 일을 보는데, 먼저 볼 일을 본 시어머니가 풀로 뒤를 닦고 일어났어요. 그런데 며느리는 뒤를 닦아야 하는 풀을 몰라 시어머니에게 풀을 좀 뜯어 달라고 했지. 그런데 시어머니가 뜯어준 풀이 바로 '며느리 밑씻개'라고 하더구나. 그 날 며느리는 그 곳이 얼마나 쓰라리고 가려웠겠니?' 그 말씀을 하신 후에 엄니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셨지.
"그럼 당신도 아까 휴지를 가지고 가지 않았어요?"
"망을 봐 준다는 당신은 차에 앉아 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며느리밑씻개가 아니라 돌로 해결하고 낙엽으로 덮었어요!" "아휴, 더러워! 그런 줄 알았으면 같이 밥을 안 먹을 것인데.."
아내는 더러운 냄새라도 맡으려는지 코를 킁킁거립니다.
들풀은 그런 아내가 귀여워서 살짝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 2025. 12. 7.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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