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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국사

어디까지가 상식인가

by 혼백

수능이 끝난 지 5일, 살벌한 수능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습니다.

아직 수능 성적통지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은 노심초사하겠지만, 이젠 고생의 결과만을 기다리며 어느 정도는 후련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대학에 붙은 상황이어서 수능은 도시락 까먹으러 갔었습니다. 수학 시간엔 그냥 잤죠...

그렇게 대충 본 수능에서도 1등급을 맞은 과목이 있었습니다.

한국사... 모의고사 때도 항상 한국사는 1등급을 놓치지 않았죠.

오히려 수능 한국사보다 학교에서 내주는 기말고사 한국사가 더 어려웠었습니다.

교사가 된다면 한국사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싶었을 정도로 한국사에 빠져있었습니다.

오늘은 한국사에 대한 얘기입니다.


한국사만큼 신기한 과목이 없습니다.


나 수학 망쳤어 : 계산기 쓰면 되는 거지 저런 계산 일상생활에 쓰이지도 않아.

나 영어 망쳤어 : 번역기 요즘 잘 나오는데 뭣하러 회화도 안 되는 영어를 공부해?

나 한국사 망쳤어 : 에라이 무식한 놈아.


한국사를 모른다면 욕을 먹습니다.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과 직결된 과목이니 당연한 걸까요?

수능에서 필수 과목이지만, 진지하게 시험에 임하고 공부하는 사람은 없는 이 현상은 올바를까요?

역사를 모르는 사람을 욕하려면 어디까지 역사를 알아야 한다 생각할까요?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상식적인 것만 알면 된다... 역사에 상식이란 게 있을까요?

누구는 소중하고 길이길이 기억해야 할 역사고 누구는 몰라도 되고 시험에 안 나오니 필요 없는 역사인가요?

일례로 학생 때 친구랑 나눈 대화를 남겨봅니다.


(역사 얘기를 나누던 중)

나 : 야, 권중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대한제국의 농상공부대신이라는 관직에 지냈던 사람이야.

친구 : 요즘으로 따지면 농수산부 장관 같은 건가?

나 : 독립협회 위원이었고 의정부 찬정까지 지낸 사람이거든?

친구 : 뭐야 되게 좋은 사람이네?

나 : 이완용 옆에서 을사조약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사람이야.

친구 : ... 쓰레기였네.


권중현은 을사오적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완용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권중현,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은 상대적으로 묻히게 되었죠.

이완용은 상식이고 나머지 을사오적의 이름은 필요 없는 지식일까요? 똑같은 악마들인데...

을사오적만 있는가? 정미칠적, 경술국적에 나열된 사람들은 왜 잊히는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한국사는 어디까지가 상식일까...?


제 생각은, 어차피 한국사는 국어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기 알 수 없는 학문입니다.

국어를 많이 연구한 사람들도 맞춤법을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습니다.

요즘 쓰는 맞춤법도 헷갈리는데, 반만년의 역사를 모두 머릿속에 넣는 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저는 한국사, 잘 몰라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에 상식은 없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이 본인의 지식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역사도 모르는 무식한 녀석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한민족의 모든 역사를 알고 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없다는 거죠.


이 나라, 이 민족, 이 땅을 사랑하는 만큼 역사를 알고 있으면 그걸로 됐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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