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다.
우리는 잘될 수 없었다.
딱 일주일 전, 연애가 끝이 났다.
이번에도 망했다.
그는 나에게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얘기했고
상처를 받았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우리는 감정의 깊이와 속도가 너무 달랐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심연까지 뚫고 내려갈 동안 그는 가벼운 파도에도 겨우 숨을 몰아쳤다.
이런 진부한 얘기는 차치하고
오늘은 그와의 이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자 한다.
그와의 이별은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재밌었다.
우리는 이틀에 걸쳐 헤어졌는데 그 첫날은 눈물 나게 힘이 들었다.
그는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나에게 전화했다.
단 한 번도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나를 보자 그는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오히려 쓴웃음만 났다.
붙잡았다.
매달렸고 웃기게도 그는 붙잡혔다.
고민하던 그의 눈빛은 불안했다.
그래도 내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나만 노력한다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다.
그를 놓치기 싫었고 후회하기 싫었다.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걸었고 배가 고파져 밥을 먹었다.
구토가 밀려왔지만 묵묵히 밥을 먹으며 그와 이야기를 했다.
그날 밤은 그를 보내기가 싫었다.
지금 그를 보내면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았기에.
집에 돌아와 그에게 내일도 그 다음날도 연락하자고 우리 계속 보자고 카톡을 남겼고 그에게서 받은 짧은 답장을 위안으로 삼으며 잠이 들고 싶었지만,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다음 날도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끙끙 앓았다.
그러다가 정말 어느 순간 갑자기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나에 대한 죄책감.
그게 나를 이끌었다.
인정하기 죽기보다 싫었지만
우리는 잘될 수 없었다.
하필 그날 우리 팀 회식이라 타이밍이 정말 별로였지만
그날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늦은 밤 우리는 전날과 같은 카페에서 이별을 반복했다.
하지만 전날과 다르게 내가 먼저 그를 놓았다.
그의 손을 꼭 붙잡고 그를 놓아주겠다고 고백했다.
2시간이 넘도록 서로의 인생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웃었다.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제서야 그와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커피를 각자 두 잔씩 비우고 카페에서 나와 서로를 안아주었다.
그에게서는 아직도 좋은 향기가 났다.
내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빠..........."
".......?"
"그럴 일 없겠지만......."
".......고민될 땐 고라며"
"오빠는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혹시라도 내 생각이 조금이라도 나면.....
그다음 동사는 얘기 안해도되지?"
"연락하라고? 만나자고?"
"연락하라고"
첫만남도 마지막 이별도 이상했던 연애는 처음이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손을 놓았으니
이제는 마음도 놓아줘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그래도 진심이었으니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
괜찮아질 것 같다.
알고 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잘될 수 없었다.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