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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겔 Oct 27. 2023

하늘빛

하늘을 그리면 고향 하늘을 생각하게 된다
백 년 미루나무에 걸린 뭉게구름이 있고
그 구름이 없던 날은 햇볕만 생각이 난다
파란 하늘에 대한 기억이 없다

꼬맹이는 너무 궁금하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
하늘을 올려다볼 시간이 없었다
너무 세상이 궁금해서 행복해서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했다

기억에 남은 하늘은 파란색이 아니었다
아니 기억에 남아있는 하늘이 없다
미루나무 꼭대기는 기억나지만
그 배경이 되는 하늘은 기억 못 한다

꼬맹이가 하늘을 본 것은
집이 망해서 야반도주한 탄광촌에서였다
그곳에선 행복이 없었다
아이들은 거칠었고 땅은 검었다
흐르는 시내도 검은 물이었다
교회 사람들도 낯설고 무서웠다
그곳은 시골뜨기가 견딜 수 없는 광야지옥이었다
커가며 본 세상은 점점 더 힘든 지옥도였다

그 지옥에서 아름다운 곳은 하늘밖에 없었다
이 땅의 본질은 지옥, 올려다본 하늘은 천국
땅에는 존재할 수 없는, 다다를 수 없는 곳
그 하늘빛을 바라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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