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 관하여 9

지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빛을 반사하는 식물들의 빛깔에 관하여

by 에스겔

장미

찔레에 관해 앞에 글을 썼다. 찔레를 통해 본 아름다움과 세상에 내어놓은 진리를 나누고자 했다. 질레는 사람들에게 싫어버린 바 되었지만 수많은 흰 꽃을 피워 아름다움으로 순전한 사랑을 전한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며 자신을 죽이는 원수들을 위해 기도했던 십자가의 왕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장미의 이름

장미라는 이름은 한자 단어인데 중국에서는 ‘장미(牆蘼, 薔薇)’라 했다. 앞의 것은 "담에 기대어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이다. 뒤의 것은 '장미 장'에 '장미 미'자로 장미를 뜻하는 것이다. 처음에 쓰인 이름이 기원이 되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이름은 장미과 식물 중에서도 찔레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의 중국 장미는 찔레였다는 것이 중국학자들의 주장이요 정설이다. 중국에서 일컫는 장미는 대체로 찔레와 매괴 그리고 월계화로 분류된다. 매괴는 우리나라의 해당화와 같은 종인데 두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은 서로 상이하다. 중국사람들이 해당화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사과나무에 속하는 종이다. 월계화는 해당화와 같은 줄기에 겹꽃잎을 가진 현대의 장미의 모양을 하고 있다. 사실 서양의 현대 장미는 중국의 월계화를 바탕으로 하여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미라고 부르는 것은 1867년 이후 개량되어 나온 서양의 현대 장미를 뜻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장미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식물들의 집합의 이름이다. 단일 종의 이름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 서양의 개량 장미만을 장미라 부른다. 사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장미의 종류가 상당히 많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종의 분류만 해도 8종이 된다. 그리고 그 변종들과 아직 미승인된 종을 합하면 그 수가 훨씬 더 많다. 다른 나라에서는 찔레와 해당화 그리고 월계화 또 현대의 개량장미 모두를 포함해서 장미라고 부른다.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서양의 현대 장미만을 장미라 부른다. 다른 장미들은 찔레나 해당화 인가목, 생열귀나무, 제주찔레등 아예 장미와는 관련 없는 이름들로 부른다. 특이한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고대에 이미 장미에 대한 기록이 있고 그 장미를 정원에서 길렀으며 그 장미의 아름다움을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고대의 삼국사를 기록한 삼국사기에도 그 기록이 등장한다. 삼국사기 제46권 열전 6 설총 조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신이 들으니 예전에 화왕(花王, 모란)이 처음 들어왔을 때, 향기로운 꽃동산에 심고 푸른 장막으로 보호하였는데, 봄이 되어 곱게 피어나 온갖 꽃들을 능가하여 홀로 뛰어났습니다. 이에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에 이르기까지 곱고 어여쁜 꽃들이 빠짐없이 달려와서 혹시 시간이 늦지나 않을까 그것만 걱정하며 배알 하려고 하였습니다. 홀연히 한 가인이 붉은 얼굴, 옥 같은 이에 곱게 화장하고, 멋진 옷을 차려입고 간들간들 걸어와서 얌전하게 앞으로 나와서 말했습니다. '첩은 눈 같이 흰모래밭을 밟고, 거울 같이 맑은 바다를 마주 보며, 봄비로 목욕하여 때를 씻고, 맑은 바람을 상쾌하게 쐬면서 유유자적하는데, 이름은 장미라고 합니다. 왕의 훌륭하신 덕망을 듣고 향기로운 휘장 속에서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는데 왕께서는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모란과도 견줄 수 있는 여인 자신의 아름다움을 장미에 비유하고 있다. 이렇게 장미는 이미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었는데 유독 서양의 개량 현대 장미만을 장미라 부르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의 장미 이름은 중국의 장미에서 유래했다.


서양에는 장미의 이름에 관한 여러 전승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구두쇠 향수 상인의 딸 '로사'는 자기 집 꽃밭에서 일하던 바틀레이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바틀레이는 아침마다 꽃밭에서 꽃을 따서 향수를 만들었는데, 그중 가장 좋은 향수 한 방울씩만 모아다가 로사에게 선물하곤 했다. 그러나 바틀레이가 전쟁터로 불려 나가게 되자 로사는 바틀레이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연인이 했던 것처럼 가장 좋은 향수를 한 방울씩 모으게 되었다. 허나 전쟁 후 다른 사람이 상자 속에 담긴 바틀레이의 유해를 전해주자, 로사는 연인의 죽음에 서러워하며 그간 모았던 귀한 향수를 유해에 모두 뿌려버렸다. 이를 본 아버지가 홧김에 유해에 불을 질러 버렸는데, 하필 옆에 있던 로사가 그 불에 타 죽고 만다. 이후 그 자리에서 꽃이 하나 피어났는데, 이것이 바로 장미라고 전해진다. 바로 로사(Rosa)가 장미다. 영어권에서는 철자가 약간 변형되어 Rose가 되었다. 남성형과 여성형을 나누는 라틴어와 그렇지 않은 영어 사이에서 차이가 있어 마지막 글자가 바뀐 것이다.


이 외에도 장미에 관한 다양한 전설들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도 장미의 이름과 장미의 유래가 등장할 정도다. 기원전 2000년 경의 미케네 문명의 벽화에도 장미가 등장한다.


언어 자체의 어원을 따지면 서양의 장미 Rose는 Red에서 왔다. 즉 붉음 Red가 장미의 이름의 유래라는 것이다. 그래서 적포도주의 색을 Rese라 하기도 한다. 또한 로듐이라는 원소도 로듐이 포함된 화합물의 색이 장미색이어서 장미를 뜻하는 Rhodon으로 이름했다.


장미의 꽃말에 대해 논하자면 장미의 종류가 수만 가지이듯 그것을 나열할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이는 생략하기로 한다.


장미의 종류

찔레는 야생 장미다. 그것을 개량해서 사람들이 보기에 아름답게 만든 것이 장미다. 찔레는 꽃 잎이 한 겹에 흰색 단색이다. 꽃의 크기도 작다. 찔레의 꽃에서 장미의 화려함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줄기와 잎 그리고 가시는 찔레의 것이나 장미의 것이나 같다. 그래도 가지가 뻗어나가는 길이는 개량된 장미가 훨씬 길다. 물론 찔레가 사는 곳의 환경이 척박함을 고려할 때 찔레에 거름을 주고 햇빛을 많이 보게 하면 장미와 같이 길고 크게 자랄 수도 있을 것이다. 야생 장미인 찔레도 지역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르다. 흰색, 분홍색, 붉은색을 가진 종류들이 있다. 원산지는 동아시아로 한국, 중국, 일본 등지의 야산이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야생 장미가 찔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화도 야생 장미의 종류이고 중국의 월계화도 야생 장미다. 유럽과 북서부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개장미도 있다. 사실 개장미가 찔레다. 그 생김새가 찔레와 거의 같은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다른 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베르너의 들장미는 1829년 발표된 곡으로 우리가 아는 꽃송이가 크고 여러 겹의 꽃잎을 가진 현대의 장미와는 다른 고대 장미다. 바로 찔레와 같은 모양을 한 야생 장미다. 베르너의 들장미의 가사가 되는 시가 괴테의 들장미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장미는 당연히 고대 장미다. 이것을 서양 사람들은 개장미(Rosa canina, Dog rose)라고 불렀다. 이런 찔레와 같은 야생 장미에 중국의 월계화가 개량에 사용되어 오늘날과 같은 아름다운 장미가 탄생했다. 최초의 현대식 개량장미는 La France라고 이름 붙여졌다. 1867년 프랑스의 장미원에서 만들었다. 이 시기는 나폴레옹이 유럽의 패권을 장악한 시기였다. 물론 19세기 초 나폴레옹이 패권을 장학한 이후에 사철 피는 장미가 유럽에 등장했다. 그러나 진정한 현대 장미(Modern Rose)는 1867에 발표된 La France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장미의 형태 즉 큰 꽃에 여러 겹의 꽃에 사철을 지고 피는 장미는 바로 La France다. 찔레나 야생종의 장미는 대부분 초여름에 꽃이 핀다. 우리나라의 찔레는 5~6 월에 꽃이 핀다. 온대에 분포하는 야생 장미들은 거의 5~6 월에 꽃이 핀다. 그리고 한대에 자생하는 야생 장미들은 이보다 조금 늦게 꽃이 핀다. 개량된 현대 장미들은 이와는 달리 사철 꽃이 핀다. 봄에 피기 시작해서 이른 겨울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이 핀다. 우리가 기억하는 장미는 꽃이 크고 여러 겹의 꽃잎을 가진 사철 피는 종류다. 진정한 현대 장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1867년 이전의 장미를 고대 장미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장미를 현대 장미라 한다. 바로 La France가 기준점이 되어 장미의 역사를 양단한 것이다. 1867년의 La France 품종의 정식명칭은 하이브리드 티 장미(HT:Hybrid Tea rose)다. 바로 교잡종 즉 개량종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이 명칭이 바로 현대 장미 즉 개량종 장미를 정의하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우리가 보고 있는 장미는 바로 개량종 장미인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개량종 장미는 종류가 끝이 없다. 작은 공원에만 해도 보통 4~5종의 장미가 있다. 그리고 장미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는 수십 수백 종이 있다. 그 아름다움과 향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장미라는 이름 붙여진 모든 꽃들은 꽃들의 여왕이라 할 수 있다. 삼국사기에 보면 화왕인 모란에 견줄 수 있는 꽃으로 장미가 등장한다.



수수한 찔레가 장미가 되었다니 놀라운 변신이다. 마치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찔레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꽃도 그렇게 예쁘지 않고 가시가 있어서 상처를 입기 쉽다. 그 이름이 찔레인 것도 찌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불편하다. 그런데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장미로 개량되니 가시가 있어도 그리고 그 나무가 목재로의 가치가 없어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장미는 어디에 피어도 그 아름다움이 매혹적이다. 붉은 장미는 강렬한 아름다움이 있다. 백장미는 순결한 화려함이 있다. 무엇보다 다른 색깔 있는 장미들에 비해 그 향이 강하다. 분홍 장미는 누구라도 그 꽃으로 고백하면 사랑을 받아줄 것 같은 유혹적인 매력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분홍계열인 소라색 장미를 좋아한다. 노란 장미는 밝고 따뜻하며 쾌활한 여인과 같은 매력이 있다. 또 그 색을 섞어 개량한 장미들은 그 색색의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송이가 큰 것은 좀 과장하여 어린아이의 얼굴정도 크기가 된다. 그만큼 큰 화려함을 가진다. 무엇보다 아침 이슬이 영롱하게 맺혀서 빛나는 장미는 그 무엇보다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떤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이 그와 같을 수 있을까? 아무리 젊고 아름답고 싱싱해도 아침 이슬을 가진 장미의 그것과 견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아가서의 신랑이 보는 신부가 이러할까?


장미의 향기

장미는 그 향도 매혹적이다. 약간 매운듯하면서 향기롭고 단듯하면서도 쏘는 향은 다른 어떤 꽃의 향기보다 매혹적이다. 장미로 만든 장미유는 오랫동안 귀한 향수로 사랑받았다. 장미유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 먼저 장미꽃을 따서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모은 것을 물에 넣고 끓여야 한다. 그럼 끓으면서 장미 안에 있던 향들이 뜨거운 온도에 의해 증발이 되어 물에 스며든다. 그런데 물로 된 것은 보관하기가 어렵다. 고인 물은 쉽게 썩어버린다. 물론 지장수나 순수한 물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물에 무언가 유기물이나 첨가물이 들어가면 쉽게 썩어버린다. 그러면 장미의 향은 고사하고 썩은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안한 방법이 물에 배어 나온 그 향을 기름에 고착시키고 농축하는 것이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장미를 끓이는 물 위에 기름을 부어 기름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물이 끓으면서 빠져나온 장미의 향이 기름에 갇히게 된다. 물과 기름은 끓는 온도가 다르다.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기름은 대부분 그 온도를 넘어야 끓는다. 그러니 물이 끓으면서 빠져나온 향은 기름에 배게 된다. 기름은 물이 끓는 온도인 100도에서는 끓지 않기 때문에 기름 안에 있는 향을 잃어버릴 일이 없다.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층이 끓지 않음으로 차폐막을 형성해서 장미향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도 장미유 장인들은 알았던 것 같다. 장미를 끓이는 용기도 향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밀폐되어햐 한다. 기름에 충분히 장미의 향이 배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향이 배면 향이 고정되어 날아가지 않도록 물과 기름이 식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기름에 고정된 향이 휘발하지 않는다. 장미를 물에 끓이는 이유가 바로 장미의 향이 뜨거운 온도에서 휘발하는 성질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끓는 상태에서는 휘발된 향이 다시 기름에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충분히 식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 장미향을 품은 장미유를 물에서 분리한다. 물과 기름은 서로 섞이지 않기 때문에 물에서 기름만을 따로 분리하면 장미유가 된다. 장미유는 기름이기 때문에 물과 같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관이 용이해진다. 이렇게 추출된 장미유는 작고 우아하고 고귀해 보이는 향수병에 담겨 고가에 판매된다. 모두 장미의 향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다큐멘터리에 이러한 과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그 과정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아마 위에서 설명한 원리들 중 일부는 장미유 장인들의 생업 기밀에 해당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설명이 없을 것이다. 위의 것을 알았다 해도 끓이는 적절한 불의 세기와 온도를 알아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기름은 어떤 종류를 사용해야 효과적으로 향을 담을 수 있고 이후에 산폐가 되지 않는지를 아는 것도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것들은 각자가 실험을 통해 알아내거나 향수 장인들의 길드에 소속되어 도제가 되어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미유의 추출법은 증기를 이용하여 장미 속에 포함된 오일 자체를 증류하는 방식도 있다. 크게는 증기를 이용한 것과 물을 이용한 가열 방식으로 둘로 나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들이 사용된다. 여기서 장미유에 대해 길게 쓴 것은 장미향의 아름다움을 논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노력들은 결국 장미향을 담기 위한 것이다. 매혹적이지 않다면 이런 모든 노력들은 시도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장미향은 인간의 역사 이래로 매혹적이며 고귀하고 아름다운 향으로 여겨졌다.


장미의 꽃

장미는 그 꽃에 비해 잎과 줄기가 작다. 그래서 꽃의 아름다운 화려함이 더 돋보인다. 장미의 줄기는 가늘다. 찔레의 줄기가 가는 것처럼 장미의 줄기도 가늘다. 그 잎도 다른 식물들에 비해 작다. 원래 장미의 야생종인 찔레는 식물의 크기에 맞게 꽃이 작다. 그런데 개량된 장미는 꽃이 식물에 비해 과하게 크다. 그래서 장미를 생각하면 꽃만 생각이 난다. 줄기나 잎은 그 모양새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장미는 크고 화려한 꽃을 가지는데 꽃봉오리 안에 여려 겹의 꽃잎을 가진다. 꽃잎의 모양은 처음에는 오목한 둥근 포도주 잔의 일부분과 같다. 그러나 꽃이 피어나면 벌어지면서 윗부분이 밖으로 휘어진다. 그 꽃잎들이 비스듬히 빗겨 어울려 다양한 모양들을 만든다. 장미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다 피었을 때보다 조금 피어서 벌어질 때다. 처음 꽃봉오리로 있을 때도 그 모양이 아름답지만 살짝 피어 벌어졌을 때 가장 싱싱하고 또 모양이 우아하다. 다 피어서 벌어지면 발랄하고 화려한 멋은 있지만 살짝 피었을 때의 청순함은 사라지고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줍은 듯 살짝 피어난 청초한 장미를 사랑한다.


장미의 가시

장미가 개량되어 꽃이 아름다우니 그 꽃에 있는 가시도 매력으로 보인다. 장미의 가시는 줄기에서 돋아난다. 꽃봉오리에는 가시가 없다. 장미의 가시는 약간 넓적한 형태의 짧은 칼모양이다. 가시의 모양이 원뿔형태가 아니라 옆으로 원뿔이 눌러진 형태다. 그 눌러진 원뿔의 두 사면에 칼날을 가지고 있다. 짧은 칼의 모양이다. 아름다운 장미는 가시를 품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콧대가 높고 자존심이 강해서 성격이 온화하지 못한 것을 비유하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도 장미의 가시는 생각보다 깨끗하게 잘 제거된다. 마치 여인이 도도하다가도 자신의 사랑을 내어주고 나면 그 가시가 사라지고 순종적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장미의 가시는 여전히 성가신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장미의 아름다움을 위해 가시를 받아들인다. 그만큼 장미의 아름다움은 매혹적이다. 그 향도 맵고 쏘는 것이 가시를 품은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보통 남자라면 여인의 얼굴에 마음을 빼앗긴다. 아름다운 여인이 콧대가 높고 얻기 힘들어도 아름다운 여인을 얻기를 원한다. 그것이 남자의 본성이다. 아름다움은 유전적 탁월함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동물이건 사람이건 자신의 눈에 아름다운 상대가 자신과 결합해 가장 탁월한 자손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아가서의 샤론의 장미가 신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신랑의 눈에 신부는 가장 아름다운 장미와 같을 것이다.


장미에 관하여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장미지만 그 출생은 비천한 가시나무다. 그리고 장미는 태생적으로 다른 나무들에 비해 작다. 그래서 큰 키가 있는 나무들이 있으면 장미는 죽어버린다. 햇빛을 보지 못하는 장미는 살 수가 없다. 심지어 일부 가지가 햇빛을 못 보게 되면 나무 전체는 아니라도 햇빛을 못 보는 그 가지들은 죽어버린다. 어떤 식물들은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심지어 추운 겨울에도 그 잎을 유지하고 푸르름을 자랑한다. 그러나 장미는 약하다. 주변에 자신보다 조금만 크고 강한 나무가 있어 햇빛을 가리면 말라죽어버린다. 이처럼 장미는 강하지 못하다. 빛을 사랑하는 식물인 장미는 빛이 없으면 결코 살 수가 없다. 장미는 요한을 닮았다. 그 사랑하는 자의 품에 누워 마지막 유월절을 보냈던 그리고 오직 그 사랑하는 자의 사랑만을 갈구했던 그 목수가 사랑하는 제자였다. 빛을 향하고 언제나 빛을 따라갔다. 그는 그 빛 안에서 생명을 발견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연약하고 유약한 모습이었을 요한의 모습을 그의 글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그의 사랑하는 자의 빛 안에 거하기를 원했다. 그의 사랑하는 자의 빛이 있는 낮에 살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의 목수가 죽는 그 자리 붉음의 곳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 목수의 주검을 내리던 장면의 태양은 붉게 물든 노을빛이었을 것이다. 그 마지막 낮의 끝은 항상 이렇게 붉음으로 끝난다는 것을 목수를 사랑한 요한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낮의 끝자락을 잡고서 목수가 없는 사흘의 무서운 어두움을 이겨냈을 것이다. 그리고 부활의 아침 이후 목수가 하늘로 갔을 때도 그 시대를 휩쓸 피의 어두움을 향해 나아가며 계시의 빛을 쏘아 올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쓴 글의 제목은 계시록이다. 마지막까지 그 빛을 바라고 나아가 빛의 세상을 맞아 이긴 자가 되라고 자신의 빛을 쏘아 올렸다. 바로 빛의 자녀가 되라고 했다. 그 빛 그 생명은 그 누구도 꺼트릴 수 없으니 불멸의 생명으로 마지막 피꽃을 피우고 피어나라고 외쳤다. 유약한 요한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빛을 사랑해 빛에 거했기 때문이다.


장미는 다른 정원수와 작물들과 같이 기르면 벌레와 진딧물의 표적이 된다. 심지어 야생에서 자라는 찔레에도 주변에 있는 진딧물들이 모여든다. 이런 진딧물과 잎과 꽃을 갉아먹는 해충들을 방제하지 못하면 장미는 피해를 입게 된다. 태생은 비천하며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아 해충들의 공격을 받는 병약한 장미는 어찌 보면 그 아름다움과는 다르게 신랑에게 적절한 신붓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신랑은 이런 장미를 사랑한다. 남들에게는 약하고 병약하며 병과 해충을 달고 살지만 신랑은 장미를 사랑한다. 그래서 장미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아름다움인 장미꽃을 그렇게 하늘로 피워 올리는 것일 것이다. 자신의 향을 더 강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키 작고 가시투성이에 벌레투성이인 자신을 신랑이 봐줄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니 상처도 많아 수많은 가시를 돋울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아픔과 슬픔의 고난을 통과해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랑은 그런 장미를 선택하여 사랑한다.


비천한 찔레와 같은 여인을 신랑이 사랑하여 다듬고 개량하면 장미꽃을 피우게 된다. 들에서 검게 그을린 야생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술람미 여인과 같이 찔레도 야생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는 그 꽃도 술람미 여인과 같이 볼품이 없다. 누군가 자신이 찔레와 같다고 여기면, 그리고 상처 많고 가시가 많다고 여기면 자신을 다듬어줄 샤론의 장미를 사랑한 나사렛 출신의 의사를 만나면 될 것이다. [1] 그에게는 병든 자라야 사랑받을 수 있다. 병든 자라야 치료받을 수 있다.


남편 다섯이 있었으나 그들에게 버림받고 지금은 남편도 아닌 자와 동거하는 사마리아 여인은 위대한 나사렛 의사를 만났다. 남들 눈이 부끄러워 사막의 정오 태양 아래 우물에 나온 그 여인은 자신이 누군지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위대한 참 신랑을 만났다. 아무리 비천하고 병들고 초라해도, 인생의 숱한 풍파를 겪어 상처투성이라도, 그녀가 만난 마지막 일곱 번째 남자를 만난다면, 그녀와 같이 꽃피게 될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자신의 온 마을에 퍼졌다. 그리고 그녀의 향기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보라 내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얻었다. 내가 메시야를 만났다. 와서 보라. 그렇게 피는 것이 장미꽃이다. 그 향기는 온주변을 매혹적으로 물들인다. 그런 그녀의 참신랑도 그녀의 향기에 반한다. 자신을 인식하고 자기의 처지를 수긍하고 병자임을 자처하는 여인에게는 장미가 될 기회가 주어진다.


역사에 핀 수많은 형형 색색의 장미들은 이렇게 피어난 것이다. 그리고 숨어서 핀 수많은 들장미들도 모두 예외 없이 이렇게 핀 것이다. 잔느 기용도 그렇게 피어난 장미였다. 그녀의 향기는 그 사랑하는 자의 향수병에 담겨 지금도 향기롭다. 핍박의 감옥에서 죽어갔지만 그 불사름 같은 고통을 통해 그녀는 장미유가 되었다. 지금도 나사렛 의사는 그런 자들을 찾으신다. 맨발의 늙은 거지의 죽음도 그렇게 향수가 되어 아름다움을 날린다. 그들의 인생이 찔레가 사는 척박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영문밖으로 나아가자 영문밖에서 불사른바 되신 목수의 발자취를 따라가자. 그곳은 서쪽하늘에 붉은 노을이 지는 곳이 아닐까? 그래서 그 마지막은 붉은 장미와 같이 아름다운 꽃을 땅에 떨어뜨리는 주검이 아닐까? 그곳은 붉은 노을의 하늘이 있고 붉은 꽃이 떨어진 땅이 있는 붉음의 곳이 아닐까? 그곳 영문밖으로 나아가자. 그곳이 지존자의 은밀한 곳, 전능자의 그늘이 아닐까? 바로 911. [2]

과연 그곳에 비단옷을 입고 화려하고 호사스럽게 사는 자가 있겠는가? [3]



[1] 아가서 2장 1절

[2] 시편 91편 1절

[3] 누가복음 7장 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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