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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쌍이 Jul 02. 2024

영화처럼 산다면야

서평보다 짧은 감상문

 이것은 영화 평론서가 아니다.

 영화 한 편을 두고 나누는 두 작가의 이야기.

 잘 정리된 칼럼을 읽은 것 같은 동선의 문체와 시 적이고 간결한 표현이 마치 산문시와 같은 이연의 문체. 극명하게 다른 글의 색깔만큼이나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꺼내놓는 이야기도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목차를 보면 내가 봤던 영화도 있고, 제목조차 낯선 영화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다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빴노라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기억을 더듬어 마지막으로 본 영화 제목을 말하자면 <포켓 몬스터,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그만큼 이 책을 읽을 때 영화에 관한 사전 지식은 필요치 않다는 말이다.

 목차에 나온 영화를 봤건 못 봤건 간에, 매 챕터마다 영화 한 편과 함께 담아낸 그들의 이야기를, 삶을 덤덤히 보고 나오면 된다. 이 책에는 두 작가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까지 묵직하게 담겨 있다. 마치 단편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것처럼 짧은 글에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이창동 감독의 <시>를 통해 아름다움과 수치심이 동의어였다는 의견에 고개를 주억거렸고, 이연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는 케테 콜비츠의 그림을 찾아보았으며, 오늘은 오랜만에 <라라랜드>를 다시 봤다.

 비 내리는 오늘 날씨 때문이었을까? 괜스레 센티해지는 기분.

 동선과 이연이 푹 빠져 살았다는 영화와 영화판의 이야기가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미아를 통해 전달됐다.


라라랜드 미아의 오디션

 그래.... 영화처럼'만' 산다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동선이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택하며 영화판을 떠난 것도 십분 이해가 됐다. 게다가 이연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뭇 가슴을 찌르듯 아프게 다가온다. 그녀가 말기암 환자여서 그런 걸까? 그녀에게는 순수하게 생과 사를 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리는 비처럼 톡톡,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이 넘친다.


 (중략) 마찬가지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계속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살아가는 내내 계속됩니다. 단지, 만일 일시적인 착오나 실수로 인한 자아 규정이 있었다면, 그런 실수는 청소년기에 벌어지는 것이 타격이 적긴 할 거예요. 그게 사회적 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청소년기의 축복이겠죠. 마음껏 시도하고 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권리. 하지만 사람은 평생을 거쳐 성장하잖아요.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인간은 계속 새로운 걸 발견하고 배우게 됩니다. 그래야 하고요.

   *챕터 남색대문, (평생) 성장통 - 동선  에서 발췌



 갱년기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감정의 기복 속에 허덕이고 있는 요즘. 나는 지금. (평생) 성장통을 유난히 세게 느끼고 있는 거로. 책과 함께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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