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부조리한 세상에 그래도 희망은 있고, 진실은 감출 수 없다는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영화. 지극히 단순하고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실화를 소재로 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는 크게 두 줄기 이야기 축으로 구성되어있다. 언론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와 언론사 여성 오너의 성장과정이 그것이다. 이 두 이야기를 감독은 매우 많은 상징과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라는 언론사의 최초 여성 사주인 캐서린(메릴 스트립)과 편집장 브래들리(톰 행크스)를 중심으로 한 첫 번째 이야기는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보도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본질적 질문과 자신의 모든 것과 직원들의 생계를 걸고 정부권력과 맞서야 하는 선택의 순간을 긴장감 높게 그리고 있다. 정부가 금지한 내용을 보도함으로 법정에 섬과 동시에 투자자들의 투자 철회 등을 감수하더라도 결국 언론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페미니즘으로 보아도 좋을 여성들의 연대와 자기 목소리 찾기이다. 뜻하지 않게 언론사를 경영하게 된 캐서린이 남성중심의 이사회와 정치권력자들 그리고 조언자들 사이에서 딸들의 연대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 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부분마다 여성들의 목소리와 연대의 모습을 등장시킨다.
닉슨 대통령 딸 결혼식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쓴 쥬디스 기자, 고독한 결정을 앞두고 번뇌하는 캐서린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주는 그의 딸, 신문사 직원 모두의 귀와 시선을 집중시키는 여직원의 대법원 판결문 낭독, 그리고 법정을 나서며 계단을 내려오는 캐서린을 바라보는 수많은 여성들의 환대의 모습 등 감독은 의도적으로 이들의 연대에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캐서린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 상대편 법무관 사무실에서 일하는 소녀가 전해준 말은 영화의 백미이다. "난 당신이 이기길 바래요. 그리고 전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좋아요"
살다 보면 자신의 모든 걸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선택의 순간에 저마다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필요한게 용기임을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삶의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 경험하게 한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스필버그 감독은 인류 보편적 가치라 할 수 있는 '사람'에 그 기준을 둠으로써 그 자신의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용기에는 반드시 돕는 손길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외롭지 않을 것이니 용기를 가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