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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비

by 나즌아빠

내면의 평화를 위한 조언


“나 자신에게 연결된 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과도 연결된다. 고독이 사라진다. 피부아래, 나의 내면은 평화롭다.” (169)


사람은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합니다. 기분 좋은 상호작용은 서로의 감정을 고양되게 하고 더불어 각자의 삶도 충만하게 합니다. 개별로 존재하는 인간이, 다시 말해 혼자이기 때문에 존재론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온전해질 수 있음을 경험하는 순간 자신 앞에 닥칠 두려움을 감내하며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열정을 쏟게 됩니다. 심지어 죽을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말이지요.

현대 사회에서 상호작용을 통한 인간관계 형성은 연령별, 성별, 계급별로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우 복잡하고 힘듭니다. 내면적으로는 고립감과 불안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이를 ‘고독한 군중’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허해지는 기분이 있습니다. 대화가 일방적이거나 행동이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 더욱 그럴 것입니다. 마치 무대 위의 배우가 관중 속에 홀로 있는 느낌처럼 말입니다.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이나 느낌, 그리고 반성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한 글입니다.(같이 있으면 우리 사이에는 긴장이 피어올랐지만, 혼자 있을 때면 극심한 외로움 속으로 곤두박질쳤다.<69>, 우리는 연민도 슬픔도 없이, 젊고 쌀쌀맞은 얼굴로 마리를 쳐다보았다.<123>) 작가는 자신이 보거나 경험한 사람들의 말과 상황을 깊은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장은 섬세하고 유려하며 내용은 마치 잠언 같습니다. 총 7개의 글로 구성된 작품에서 작가는 홀로 공연을 하는 인간의 외로움과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여성이며, 페미니스트인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밑바닥부터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과 긍정으로써의 관계형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먼저, 풍부한 표현과 명확한 감정으로 타인과의 좋은 대화를 이어 가는 것입니다. 항의하는 투로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 대신 본능적으로 이해한다는 듯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겠어”하고 대답하는 상호 ‘신비로운 어울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에 맞설 용기를 얻는 방법은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타인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작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 긍정합니다. 그들이 세상을 이해하게 해 주고 자신의 삶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도록 일깨워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로 인해 행복과 안도감을, 삶을 시작하고 끝낼 자유를, 내일을 상상할 자유를 느낀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나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아마도 작가가 첫 번째 에세이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에서 뉴욕의 수많은 거리에서 만난 이름 모를 사람들을 자세하게 묘사한 것은 이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허무함을 느끼거나 외로운 가을밤 고독을 씹어야 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사족입니다.

비비언 고닉은 저명한 저널리스트답게 논리적 글쓰기에 능합니다. 설득하려는 글쓰기이겠지요. 삼단논법 같은 문장이 자주 등장합니다. ‘날마다 노력하는 일은 내게 일종의 연결이 되었다. 연결되는 감각이란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강해진 나는 내가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독립적인 사람이 되자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생각을 할 때 나는 덜 외로워졌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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