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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혼자서 출산 그래도 괜찮아 2

우리 며느리요

by 고트

순풍 아기를 잘 낳은 산모가 퇴원한 자리에 내 또래 같이 어린 산모가 들어와 있었다. 나처럼 혼자였다.


사과를 긁어 먹여주는 친정엄마가 있는 산모에게 시부모님이 찾아오셨다. 수고했다고 하시는 두 분, 그리고 산후조리 잘 시켜 보내겠다는 친정엄마.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나는 옆자리 산모와 눈이 마주쳤다. 어두운 얼굴빛. 나도 저런 얼굴은 아닐까.


나이가 있어 보이는 병원 관계자분이 파일을 들고 들어왔다. 나와 옆자리를 한 번씩 번갈아 보며 한숨 한번 쉬고 파일을 펼쳤다. 옆자리 산모의 이름을 확인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 나이는? 열아홉 맞아?"

" 스무 살 이요"

" 아기 아빠는 유부남이니?"

" 모르겠어요. 임신했다고 했을 때부터 연락이 않돼요"

" 아기는 아기데로 갈 거고 너는 기관 관계자 오면 퇴원하면 돼."

" 아기는 못 보나요?"

" 어차피 갈 아기는 봐서 뭣하게. 안 보여 주는 게 원칙이야"

잔잔했던 병실이 둘의 대화소리에 더욱 조용해졌다.

사무적이고 딱딱한 질문, 주눅 들고 죄 진듯한 목소리의 대답.

'아!!! 나도 저런 모습으로 누워 있을수 있었겠다.'

그 둘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그분이 나에게 오셨다.


"너는 수술했니" 나에게 물었다

"네"

" 너도 열아홉이야?" 침대에 묶여있는 이름표를 툭치며 물었다.

" 스물하나 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파일을 앞뒤로 넘기고 있는데 어머니가 들어오시며 물었다.

" 무슨 일이에요?"

" 아는 사람이에요? 서류가 없어서, 어디서 오셨죠?"

" 우리 며느리요. 집에 갔다 왔지" 대답하자 그분은 착오가 있었다며 급히 나가셨다.

" 감사해요 어머니"

병실에 어머니가 들어오는 모습에 바짝 긴장했던 몸이 풀리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잘할게요.

나에게 곁에 있어줄 가족이 있음에 안도가 되었다.


사과를 긁어줄 엄마는 오지 못하지만, 괜찮다.

나에게는 우리 딸이 있고 시댁도 있으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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