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잠자리
새벽 1시가 넘었다.
한방, 한 침 대서 같이 잠을 자는 아빠와 아들은 이야기꽃이 핀 모양이다
거실 쇼파를 기대앉아 책을 읽는 데도 방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대화소리에 신경이 거슬린다.
정확지 않은 웅얼거리는 소리 속에 한두 단어가 들린다
당구, 운동, 아빠가 어렸을 때는 등등
밖에서 나는 엉덩이가 들썩인다
쫓아 들어가 잠을 자라고,
아들아 너는 또래보다 키가 작아서 빨리 자야 한다고
궁금한게 있으면 내일 물어보라고
아빠야 아들을 재우라고
아들의 키를 보면서 같이 이러고 있느냐고
마음속으로 폭풍처럼 혼자만의 잔소리를 퍼붓는다
숨을 길게 들어마시고 생각을 바꾼다
부자가 다정한게 감사할 일이지
중2아들이 아빠랑 같이 자는 집이 있을까 미소가 지어진다
장남 놈은 중2 때부터 가출을 해 애를 먹지 않았던가
막내 놈은 그에 비하면 딴 세상 이야기지
간혹 들리는 웃음소리에 들썩이는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한시인데 얼마나 더 이야기를 하겠어 그러다 졸리면 잠들겠지 방학이니까 참자
40여분이 지나니 조용해졌다.
둘 다 잠든 모양이지
부자의 친함, 조금의 인내력으로 큰소리 없이 지나간 오늘 밤의 풍경을 나만의 소소한 행복으로 정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