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빚보증
빚보증 이라니.. 응?
나는 부른 배를 감싸 안은채 몇 번이고 다시 물었다
빚보증 이라니.. 사채도 보증을 서?
그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편은 직장선배의 빚보증을 섰단다. 그것도 사채보증이란다.
선배가 연락두절이 되고 원금에 이자까지 갚아야 할 돈이 너무 많아졌고 또 그걸 갚겠다고 모든 카드사에 대출을 받아 연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띵 하는 소리만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었다
1996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21살의 나의 뱃속에는 우리 아이가 뭐가 즐거운지 발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남편은 이틀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 너 아버지가 집에 들르란다. 너도 이야기는 들었을 테니 와서 이야기하자"
시댁에서 호출이 왔으니 가봐야 하는데 남편은 연락이 없다
내가 가진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 년 남짓 근무한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은 세간살이 몇 개 장만하는 데도 빠듯했다.
배는 불러오는데 취직을 할 수도 없다.
이틀 동안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시댁에 들어갔다.
시부모님과 시누이가 앉아 있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나는 내 아들이지만 이 일억이 넘는 돈도 없고 갚아줄 생각도 없다. 아들놈은 원양어선을 타든 감옥을 들어가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고 너는 너 살길을 찾도록 해라"
눈물이 앞도 안 보이게 흘러나왔다
" 아버님 저는 갈 곳이 없어요. 그리고 오빠가 아기도 책임진다고 했는걸요"
시누이가 거들었다 "너는 내 동생 같은 놈 만나서 인생 망치지 말고 조산원에서 아이 낳고 너 혼자 살길 찾아. 그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야"
"조산원이요? 저는 모르겠어요 저는 떠나지 않아요. 오빠 올 때까지 기다려 보고 이야기 들어볼게요"
그 뒤로는 혼미해진 정신으로 울며 울며 뭐라고 말을 했는 지도 모르겠다.
아들 이잖아요. 오빠 이야기를 들어봐요. 곧 돌아올 거예요. 울고불고하다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없다. 원룸바닥에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
남편 들어오는 소리에 힘들게 일어나 앉았다.
"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내가 책임질게. 선배고향 내려가 봤는데 나 말고도 여러 명이 피해를 당했더라고.. 그 선배 아버님도 땅을 다 팔아서 빚 갚아주고 이제 더 이상 팔아먹을 땅도 집도 없다고 알아서 하래"
"응 거기 다녀왔구나 연락 좀 해주지"
"내일부터 3시에 출근이라 빨리 자야겠어. 새벽 3시부터 교차로 돌리기로 했어.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식당마다 물수건 수거도 해야 해. 나 빠르지 직업이 세 개나 돼"
그렇게 하루에 두세 시간 잠자며 일하는 쓰리잡이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