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사나 보겠어
우리의 생활비는 4킬로 쌀 한포, 라면 몇 봉지면 되었다. 가끔은 계란 한 판에 상차림이 묵직 해지기도 했다.
남편은 시댁말씀처럼 원양어선을 타지도 않았고, 세 번의 출근을 몇 개월째 하고 있었다.
지켜보던 시부모님이 안타까우 셨는지 간혹 김치도 보내주셨다. 시부모님도 이제 적응이 되셨는지 포기를 하신 듯싶었다. 어린것이 조산원에 가지 않고 버티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3시에 배포 일을 나가면 나는 잠깐 눈을 붙인다
한두 시간 깜빡 졸고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 준비가 되어 있어야 지각하지 않고 두 번째 출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식당일 까지 마무리하면 12시 귀가. 쓰러지듯 오빠가 잠이 들며 부탁한다, 알람소리를 못 듣고 잠을 자면 안 되니까 꼭 깨워 달라고. 밤을 새기도 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인지, 몸이 점점 무거워져서 인지 늘 피곤한 일상이었다
그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 너는 어떻게 된 아이냐? 네 시아버지가 새벽에 출근하는 거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우리 아들이 새벽부터 일 나간다는 것도 속상한데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가 시아버지 출근하는데 안부 전화 한 통 못하는 거냐?"
"어머니 주말에 전화드렸는데요"
"이제 주말마다 집에 오너라. 그리고 아들 3시에 출근하면 기다렸다가 4시에 아버지한테 안부전화 해라. 아버지 없이 자라서 어른공경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매일 아침 안부전화는 기본이다 알겠니?"
새벽 모닝콜 때문에 깨어 있어야 했다. 그래도 좋다. 하루 중에서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오빠 다리를 주물러 줄 수 있는 시간. 나에게 가장 유의미한 시간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면 한 시간을 기다린다. 아버님께 전화를 드린다
"아버님 기침 하셨어요. 오늘 많이 덥다는데 물 많이 챙겨 드세요" 다음날도 " 아버님 저예요.."
그러나 깜박 잠이 들은 날 에는 어김없이 4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 이거 하나도 똑바로 못하니? 아버지 바꿔주마 "
"아버님 죄송해요 제가 깜박 잠이 들었나 봐요
주말은 식당일도 배포일도 쉬는 날이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시댁을 가야 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부실한 식사를 챙겨주고 싶으셨고 동시에 배부른 며느리가 차려 드리는 밥상을 직접 받아보고 싶어 했다. 토요일 저녁 주방은 며느리 교실이 되었다.
그래도 좋다. 다른 밥상을 내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의 상차림은 양파 넣은 김치찌개나 라면이 전부였다. 시댁에서의 저녁은 생선구이가 되기도 하고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간 김치찌개가 되기도 했다. 오빠가 잘 먹는 모습만 봐도 좋다.
나의 젓가락이 고등어구이로 향하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접시를 들어 아들앞에 놓아주신다. 조금 멀어진 고등어에 나의 젓가락이 향하면 이번엔 어머님의 젓가락이 내 젓가락을 튕겨냈다. 아, 그렇겠구나. 엄마니까 아들이 얼마나 안쓰럽겠어. 맛있는 거 먹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 어머니 말씀대로 알아서 눈치를 챙겨야 하는데 번번이 어떤 게 눈치를 챙긴다는 행동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