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배임죄, 억울하게 피의자가 되었다면

by 이동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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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의도 아니었는데, 왜 죄가 된다고 하나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죠.


‘배임’이라는 말, 뭔가 뚜렷한 죄목 같지도 않고, 얼핏 보면 실수 같은데 형사처벌 얘기까지 나오니까 정신이 아찔할 겁니다.


업무상배임죄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지금, 마음 한쪽은 이미 내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건가 불안에 잠식돼 있진 않으신가요.


"처음부터 개인 이득을 노리고 한 일 아니었습니다."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도 아니고, 일의 효율을 고려해서 처리했을 뿐인데…"


나중에야 문제 삼고 나오니, 이게 도대체 왜 형사범죄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수사는 시작됐고, 진술을 요구받고, 피의자라는 단어가 문서에 붙은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지죠.


피의자가 된 이상, 이제 ‘억울함’만으로는 안 됩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디서 오해가 발생했는지, 그 경계선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억지로 누명을 쓰게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업무상배임은 생각보다 추상적이고, 해석의 폭도 넓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들여다봐야 하죠.


손해만 났다고 해서 배임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일단 확실하게 말씀드릴 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해서 무조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많은 분들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으니까 그게 배임 아니냐’고 단순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죄는 결과가 아니라 의도와 관계가 핵심이죠.


업무상배임죄는 회사와 피의자 사이의 ‘신임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즉, 상대가 내게 맡긴 재산이나 권한을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즉 위임받은 신뢰를 깨뜨리며 사용했는지가 쟁점입니다.


그런데 회사와의 관계는 늘 단순하지 않죠.


업무는 유동적이고, 판단은 순간적이며, 의사결정은 결과론으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예컨대, 내가 사장과 합의하에 처리한 일인데 갑자기 나중에 “그건 배임이다” 하고 나오면 어쩌라는 겁니까.

실제로 이런 일이 많습니다.


당시엔 아무 말 없던 결정이, 내부 갈등이 생기고, 경영진이 교체되고, 혹은 퇴사 후에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죠.


‘그때 그런 결정을 왜 했느냐’며 말입니다.


하지만 업무상 재량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다만, 그 재량의 범위를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죄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두려운 겁니다.


그래서 주장만큼이나 중요한 건 상황 설명의 설득력입니다.


왜 그 결정을 했는지,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누가 알았는지, 절차는 어땠는지 등.


이걸 얼마나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느냐가 핵심이 되는 것이죠.


그게 빠지면, 고의가 없었다는 말도 공허하게 들릴 수 있으니까요.


억울함을 말로만 풀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억울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조사 초기에 너무 쉽게, 너무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이죠.


‘사정 이야기하면 알아듣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사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진행됩니다.


내가 하는 말이 어떻게 정리될지, 어떤 의미로 읽힐지, 거기까지 계산하고 말하기란 어렵죠.


업무상배임죄는 민사와 형사의 경계에 서 있는 만큼, 대응의 무게 중심도 그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만 잘 정리하면 풀릴 수 있는 사안도, 진술 하나 잘못하면 오히려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특히 ‘나중에 갚으려 했다’, ‘나만 결정한 게 아니다’ 같은 말들은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법적으로는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단서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혼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법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전문가와 상의해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구조적으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를 먼저 아는 것.


그것이 억울함을 진짜 벗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선생님도 지금 그 억울함 속에서 방향을 못 잡고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형사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직접 이야기해 보시길 권합니다.


작은 판단 하나가, 결과를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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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형사전문변호사와 1:1 익명 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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