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몰랐던 건, 내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산업기술유출’이라는 말, 누가 봐도 굉장히 무거운 단어죠.
그런데 피의자 신분이 되고 나면 그 단어가 현실로 바뀝니다.
처음부터 악의적으로 기술을 빼돌릴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퇴사할 때 자료 좀 챙긴 정도였는데도요.
이게 그렇게까지 문제일 줄은 정말 몰랐다는 분들, 의외로 많습니다.
왜 그렇게 됐냐고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요즘 회사들은 ‘기술’ 하나에 목숨을 겁니다.
특히 그 기술이 특허와 연결되어 있거나, 연구비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일 경우에는 더욱 예민하죠.
내가 보기엔 그냥 업무 참고자료였을 수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도 이미 들어 있는 내용이고, 내가 만든 성과인데 왜 문제냐는 생각도 드실 겁니다.
그러나 법은 그런 사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죠.
결국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선생님도, 내 것이자 동시에 회사의 것이라는 그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겁니다.
퇴사 후 자료를 챙겼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협력사와의 접점이 있다는 이유로 수사선상에 올랐다면, 무조건 방어부터 고민하셔야 합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죠.
핵심은 기술의 보호가치와 사용의도입니다
산업기술유출죄는 기술 자체가 보호받을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걸 유출한 의도가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립니다.
그냥 자료를 옮겼다고 해서 모두 유출로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경계가 모호하다 보니,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자, 그럼 의문이 하나 생기죠.
어떤 게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기술일까요?
법에서는 산업상 이용 가능성, 비공지성, 비밀성 같은 기준을 따집니다.
말이 어렵죠.
쉽게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지며 회사가 그걸 관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여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조건을 충족해야만 ‘산업기술’이 됩니다.
또 하나, ‘유출의도’라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그 기술을 어디에 썼는지, 누구에게 넘겼는지, 혹은 그런 계획이라도 있었는지를 따지게 되는 것이죠.
단순히 내 USB에 담겨 있었다고 해서, 그걸로 처벌되진 않습니다.
왜냐, ‘고의’가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 고의가 단순 정황으로도 추정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사 직전 대량의 파일을 복사했다거나, 경쟁사 이직 후 유사 기술을 사용했다면, 수사기관은 충분히 의심을 품을 수 있죠.
그러니 무조건 부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내가 왜 그 자료를 보유하게 됐고, 그걸 어떤 용도로 썼는지를 사실대로 설명하는 것, 그리고 그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어설픈 해명은 오히려 정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죠.
수사의 방향은 금방 굳어지니 지금이 중요합니다
처음 조사를 받게 되면 많은 분들이 ‘설명하면 되겠지’라는 태도로 임합니다.
그런데 산업기술유출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수사기관의 이해관계가 명확합니다.
특히 고소가 병행된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회사 측은 ‘기술을 뺏겼다’고 하고, 수사기관은 이를 입증하려 들며, 그 사이에서 피의자는 설명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님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이 어떤 기술에 접근했는지, 그 기술이 회사에서 어떤 수준으로 관리되었는지, 그리고 내가 그것을 어떤 경로로 보관하게 됐는지를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 본인이 생각하는 ‘중요도’와 법이 보는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나에겐 아무 의미 없던 문서 한 장이, 수사기관에겐 ‘고의 유출’의 증거로 읽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말 중요한 기술처럼 보였던 것도, 객관적 기준에선 보호 대상이 아닐 수도 있고요.
결국 핵심은 법의 눈으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산업기술유출 사건은 초반 대응이 절대적입니다.
초기 진술의 방향이, 나중에 결과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그 불안과 혼란 속에 계시다면, 상황을 혼자 짊어지지 마시고, 산업기술 사건에 경험 있는 변호사에게 조속히 조언을 구해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