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자전거

by 황훈영
2607_아빠의 자전거.jpg 우리는 아빠의 따릉이를 '119 엠블런스'라고 불렀다.


우리 아빠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였다.

가게에 나가실 때도

공사 현장에 가실 때도

친구들 동창회에 가실 때도

자전거는 아빠에게 분신이었다.


우리는 아빠의 자전거를 ‘119 엠블런스’라고 불렀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이 불 보듯 뻔했을 때도

아빠의 따릉이는 번개처럼 달려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주산학원 빼먹고 신문배달하다 들켰을 때도

맥주병 두 병을 쳐들고 벌을 서느라

영락없이 학교는 지각이었다.

그때도 아빠는 따릉이에 나를 태우고

쏜살같이 학교를 향해 달렸다.


둘째 동생이 유리조각에 발바닥이 찍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열바늘 넘게 꿰매고 붕대를 칭칭감고 퇴원했다.

그때도 아빠는 따릉이에 동생을 태우고

학교로 향했다.


하굣길에도 아빠의 따릉이를 자주 만났다.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다가도

“따릉 따릉 띠링~~~”

따릉이 소리를 듣고 아빠를 향해 초고속으로 달려갔다.


따릉이 뒷자석에 앉아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릉....”

자전거 송을 신나게 부르다 보면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아빠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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