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by 황훈영
2606_가출.jpg 아빠의 따뜻했던 말 한마디가 나의 방황을 멈추었다.


서울역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두 번의 전화 신호음 뒤에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빠는 내 전화인 줄 단박에 알아차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아빠는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너 이 녀석,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호적에서 네 이름을 파버릴테니 그리 알아라.”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공중전화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요한 적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제 죽었구나 싶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방구석에 틀어박혔다.

점심 장사를 마치고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문밖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옷 갈아입고 나와라. 아빠랑 약수터 가자”

아빠와 나는 물통 2개를 들고 뒷산 약수터로 향했다.

졸졸졸~~ 물통에 약수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내 눈물같았다.


아빠는 내 어깨를 감싸안으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큰애야, 새엄마한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라.

새엄마도 너희들 엄마 노릇이 벅찬 사람이다.

대신 아빠가 엄마 몫까지 다 하마.”

아빠의 말을 듣는 내내 어깨가 들썩였다.


어린 마음에도 아빠의 절절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켜켜이 쌓여있었던 설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의 가출은 반나절 만에 끝이 났다.

그 뒤로 가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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