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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다.

이 회사에서 우수사원으로 2년이 넘었다. 전국단위 순위에 10위안에 들어

by yeon

내가 다닌 이 회사는 갈수록 성장했고 나도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때 영업이라는 것의 다른 방식을 배웠고 통화하는 방식을 배운 듯하다.

무조건 만나서 하는 미팅도 있지만 일단 만나려면 통화를 하고 그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법인다 나는 이곳에서는 만나지도 않고 유선상으로 고객을 설득하고 실적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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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어렵지 않았다.

그냥 딱딱한 대화가 아닌 대화를 하면서 어떤 고객은 보험을 들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어떤 고객은 믿을만해서 가입한다고 이야기도 하고 어떤 고객은 울면서 생각해 줘서 고맙다면서 가입을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고마워서 보험약관을 배부하면서 직접 손글씨편지와 더불어서 사탕을 함께 동봉하여 보냈다.

물론 손 편지 편지지나 봉투, 캔디는 내 돈으로 썼다.

내가 벌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마인드는 같다.

그렇기에 고객들이 소개를 더 많이 시켜주었고 나는 실적은 나날이 높아져갔다.

그러다가 회사 전체에서 공지가 내려왔다.


이번 연도 결산 마무리 후 전국의 콜센터의 10위 안에 드는 실적을 가진 우수사원은 팔라완으로 기업의 부회장과 함께 해외 연수를 간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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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라고 해도 놀다가 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면 그곳은 거의휴양지이고 가는 인력은 부회장님의 비서들과 보디가드 그리고 나머지 10명 상위권자들과 그 상위권자들을 케어하여 줄 각 센터의 장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10위안에 들었고 최종적으로 말하면 난 전국 3등이었다.

부산에서는 나밖에 가지 못했다. 거의 다 서울에서 왔다.


그곳에서 나는 아는 사람이 나랑 같이 간 센터의 실장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 여행지는 아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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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살면서 해외여행을 가볼 것이라는 상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드디어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간다.

여권을 만드는 일부터가 설렘 가득이다.

여권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이쁘게 하고 찍고 싶었다.

그런데 핑크색을 좋아하던 나의 20대에는 온통 핑크돼지처럼 핑크 핑크 하게 옷을 입고 여권증명사진을 찍었다. 머리도 동여매어서 꼭 중국 사람같이 나왔다 하하하

이 사진은 여권이 만료될 때까지 계속 써야 했다 ㅠㅡㅠ 재발급은 또 돈이 드니까.. 그리고 언제 또 해외를 가겠냐는 생각에 마냥 그저 사진은 망했지만 여권은 만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여행당일!

두근두근 하는 맘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와...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바다였다.

그곳에는 하루에 30분 정도 바닷길이 열린다.

아직 그곳의 황홀함을 잊을 수 없을 정도이다.

어느 시간이 되면 바다가 갈라지듯이 양쪽으로 쫙 갈라지면서 모래바닥이 나온다.

그 모래바닥은 정말 부드럽고 폭신했다.

그 감촉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이런 곳까지 오다니.. 진짜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다.

서울아이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온 사람들이 거의 다 또 하필 남자아이들이다.

여지들이 거의 없었다. 거기서 10위안에든 사람은 나밖에 없다 여자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그룹의 부회장님이 내가 신기했나 보다.

어디 센터에서 왔니냐, 일은 할만하느냐, 왔으니 즐겁게 놀아라 등 덕담을 해주시는 착한 할어버지라고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큰 대기업의 부회장님과 단독으로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치킨다리를 뜯어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답을 하던 내가 너무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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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그런 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세월이 흐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기는 하다.

내가 너무 천방지축이었고 내가 여기 와서 놀고 있으니 그냥 마냥 좋았던 것이다

부회장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것은 없고 온통 파랗고 투명한 유리알속의 바다색깔. 그것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것이 전부였는데 닭고기를 먹고 있을 때 부회장님이 말을 건 거고 나는 그냥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먼저 일어났다.


스노클링이라는 것은 처음 해봤다.

나는 맥주병이다. 솔직히 심하게 말하면 구명조끼를 입어도 나는 가라앉을 정도이다.

하도 발버둥을 치면 구명조끼를 입어도 가라앉는다고 한다.


나는 이 여행을 오기 전에 센터에서 주최하는 물놀이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배을 타고 파도를 맞으며 내려오는 그런 물놀이었다. 배가 뒤집혔고 나는 빠졌다. 허우적거리다가 거의 바닥 끝까지 꼬르륵 내려앉았다.

누가 잡아 끄는 것 같이 내 몸은 힘이 하나도 없었고 눈을 감아 버렸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포기했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지상이었고 나는 오바이트와 함께 물을 쏟아냈다.

맞다 빠져서 죽을 뻔했던 것이다

누군가 도와줬고 나는 그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누가 도와줬냐고 묻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때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나의 트라우마에서 나오는 잠재의식 속의 또 다른 나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빠져 죽을까 봐 싫은 것이 아니라 그냥 축축한 것이 싫고 내가 못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이 스노클링은 달랐다. 그냥 얇은 바다에서 고개만 숙이면서 호흡만 잘하면 물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것을 처음 해봤다. 아주 작고 귀엽고 이쁜 산호 물고기들이 가득가득.

너무 신선한 충격이다.

맨날 집에서 엄마가 이상하게 못생긴 금붕어만 키웠는데,. 이곳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가득하다니!

이것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지고 갈 순 없으니 내 눈에 담아 두었다.


이렇게 실컷 5박 6일을 놀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울아이들과 많이 친해졌다.

말했지만 나는 남자아이들과 잘 친해진다. 털털한 성격에 내숭이 없기 때문에 그냥 남자아이들에게 대놓고 이야기하고 지킬 선을 지키면서 대화를 했다. 아이들은 나에게 넌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나는 회사로 다시 복귀를 한다.


아~ 다음번에도 또 오고싪다!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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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상은 참 넓다는 생각도 했고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사실을 이때부터 깨닭으면서 나의 일상도 그리고 가 나의 개념도 나의 눈도 조금 터지기 시작했던 계기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해외에 자주 가던 아이들은 사고방식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이다. 만일 부모님들이 아이를 양육하고 계신다면 여유가 되실 때 아이가 혼자 스스로 상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을만한 시기가 오면 꼭 해외여행을 자주 함께 아이들과 다녀보기를 추천한다. 나의 시절에는 꿈도 못 꿀 이야기였지만 지금의 시대는 많이 변했다.

해외여행은 단순히 여행이라기 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어떨 때는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의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너무 부럽다.

하지만 다시 환생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그건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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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사고와 개념 그리고 눈은 부모가 리드해서 바른길로 인도해 주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두뇌는 더욱더 발달하고, 느끼고 보고 맛보고 이해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것들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또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는 타임이다.

여행은 즐거웠고 분명 나에게 여행에 관해 물어볼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대답해야 한다.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좋았어라는 세 마디로 정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 외에는 특별히 말해봤자 그들의 경쟁심만 자극할 뿐이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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