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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ov 02. 2024

컴퓨터 선생님과 타이타닉을 보다.

내가 준 꽃다발이 꽤나 부담이셨나 보다. 오해를 단단히 하셨다.

언니 학교 졸업식날 컴퓨터 선생님에게 꽃을 줬었다.

아마도 내 책을 본 독자님들은 아실 거다.

그래서 인가...... 그때부터 선생님이 좀 더 멋져 보이기는 했다.

사실 선생님은 꽤나 잘생겼고, 우유빛깔 피부에 후광이 비쳤다.

소아마비로 다리 하나가 아프셔서 절룩거리시는 걸 들키지 않으려 목발을 항상 하고 다니셨지만

내가 기억하기론 그것도 멋졌다. 하지만 선생님으로 좋아했고 이성적으로는 난 아직이다.


선생님은 내 꽃다발을 잘못 해석하신 모양이다.

아무튼 뭐 그러거나 말거나인 나로서는 그때도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 혹시 주말에 시간 되세요?"라고 물었다.

"왜?"라고 물어보신다.

"아니요 제가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요" "선생님이랑 남포동 구경 가면 좋을 거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난 이 말이 이렇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줄 상상도 못 했다.

선생님이 얼굴이 붉어지신다. "음... 00아 주말에 선생님이 시간을 내어볼게"라고 하신다.

"아 진짜요? 진짜 감사해요! " "그럼 연락 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선생님이 부르신다. "주말에 몇 시에 볼까?"라고 말이다.

아싸! 주말에 심심했는데 잘됐다~~~ 생각했다.

그날 알바를 가기로 했는데 언니가 그날은 문 닫는다고 나오지 말라고 해서 갈 데가 없었는데 잘된 일이다.

난 그거뿐이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놀 거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놀면 좋겠다 생각한 것일 뿐이다.

그것은 like였지 love는 아니라는 거다.


사랑? 그런 거 그때는 상상도 안 했고 알 맘도 없었다.

그냥 난 단순하다. 좋다 싫다 이거였다 그때 당시에는 말이다.


영화관 앞에 서계시는 선생님이 보인다. 

"우와 후광 장난 아니다"라고 혼자 생각했다.

이때 난 한껏 꾸미고 나갔다. 그래서 더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외출인데 가뜩이나 남포동은 후배들도 많아서 꾸미고 가야 한다.

아무튼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 너무 이른 아침인데 영화나 볼까?"라고 말이다.

"영화요? 흠.... 떡볶이 먹으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의아하다는 표정과 함께 어이없다는 표정? 그리고 뭐지?라는 표정 아무튼 오묘한 표정을 지으신다.

"아니 아침을 안 먹어 가지고 배가 고파요"라고 말하니, 선생님이 말한다.

"영화 보면서 팝콘 먹고 다 보고 나서 밥 먹자"라고 말이다.

"네!" "그런데 무슨 영화예요?"라고 물었다.

"아 이거 선생님이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선생님은 두 번째 봐도 좋을 거 같아서 00이 너 보여주려고" 

"어른들 세상을 알 수 있을 거야" " 참 좋은 영화니까 선생님이랑 추억도 쌓고 좋지 않을까 해서"라고 하신다.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공짜 영화다 이거다.

그럼 난 좋다. " 네 그럼 봐요"라고 하고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 영화가 바로 " 타이타닉"이었다.

영화가 너무 길다......

뭐 대충 재난 영화인 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저 남자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외국인 배우를 첨 봤다. 

"와..... 진짜 잘생겼다!" 

"선생님 저 남자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요? 대박"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영화가 끝날 기미가 없다. 거의 두 시간 반동안 했던 영화였다.

그 긴 영화를 나는 디카프리오 얼굴만 보다가 끝났다.


그 영화를 보고 나오니,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밥 먹으러 가자. 맛있는 곳이 있어"라고 말이다.

그래 서서 따라나섰다. 순두부 집이었다.

이런 젠장... 난 두부를 싫어한다. 그런데 순두부 집이라니!

그래도 공짜 밥이라 먹는다...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에 위치한 돌고래 순두부집 ( 맛집으로 방송에서 많이 나옴)

순두부집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니 웬 순두부 하나 먹자고 이리 줄을 서나 싶다.

하지만 먹으러 줄을 서서 들어갔다. 반찬도 거의 없고 김치랑 미역냉국이 전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너무 맛있다. 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너무 맛있다.

이후 여기는 엄마아빠 온 친구들을 다 데리고 갔다. 누구 하나 맛없다 한적 없다. 

여기는 지금도 운영 중이다. 진짜 부산 갈 일 있으신 분은 꼭 가보길 추천한다.

아무튼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와서 이제 집으로 가야 하나 싶을 때였다.

"00아 내 친구가 올 건데 잠시 이야기 좀 같이 할까?"라고 하신다.

"네? 선생님 친구요? 네 뭐 알겠어요"라고 했다.

선생님 친구가 와서 호프집을 갔다.

난 미성년자라서 콜라만 먹었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소주를 먹긴 했지만, 뭐.... 선생님 앞이니까 고고한 척 콜라를 먹었다.

선생님 친구가 말한다. "너 00이 제자야? 이쁘네. 이야기 많이 들었어 "라고 말이다.

"너는 내 친구 뭐가 그리 좋아?"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어이가 없다. " 그냥 좋은데요? 좋은데 이유가 필요하나요?"라고 질문했다.

웃으면서 다시 묻는다 " 너는 아직 어리고, 아직 살날이 많아. 그리고 좋아하는 남자 생기면 내 친구는 눈에도 안 들어올걸?"이라고 짖꿎게 말한다.

"아니 선생님 친구아저씨 (못생겨서 아저씨라고 했었음) 저한테 왜 그런 말을 하세요? "

"네가 상처받을까 봐 내 친구가 말을 못 해서 내가 말해주려고 하는 거니까 오해하지 마....."

" 넌 좋은 사람 만나야지. 내 친구도 좋은 사람이지만 앞으로 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 내 친구는 포기하는 게 나을 거 같아. 내 친구 멋진 친구지만 너와는 어울리지 않아"

헐.,.............

뭐지... 지금 그러면 아침부터 영화 보여주고 밥 사주고 지금 친구까지 만난 거는 내가 혹시 선생님을 사랑이라도 한다고 착각하신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저 선생님 좋아해요. 그런데 결혼하거나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그럴 생각은 없는데....."

" 좋아하는 게 사랑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아... 선생님 오해 하게 행동했으면 죄송해요. 저 선생님 좋아하는데 뭐 어른들이 말하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때서야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멋쩍어하셨다.

"아니 혹시나 해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좀 이상한 경우를 많이 당했는데 너는 다른 거 같아서 이렇게  대화하는 거야"라고 말이다.

"아 그래요? 웃기네요 참네 ~"라고 말하고 말았다.

"그럼 오해 풀리신 거죠? 저 선생님으로 좋아하는 거고 멋진 분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나중에 디카프리오 같은 남자 만나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선생님의 오해가 풀렸고, 한동안 난 컴퓨터 학원에 가지 않았다.

물론 땡땡이이긴 하지만 조금 선생님이 나 때문에 불편하거나 쪽팔리실 수도 있겠다 싶어 조금 거리를 뒀다.

그렇게 나는 그 학원에 점차 가지 않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학원수강이 끝날 때쯤에 선생님께 감사의 카드를 써서 드렸다.


선생님!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의 웃음은 누구보다 따스하고 햇살처럼 부드러워요.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거예요. 그럼 그냥 좋아해 주세요. 선생님 다리 불편해서 힘드신 거 알아요
그 맘이 상처로 깊게 남아서 맘의 문을 열지 않으시는 거 같아요.
선생님은 멋진 분이니, 앞으로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실 때 용기 내서 하시고 좋아하시는 아름다운 여성분이 있으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차일지언정 고백해 보세요! 힘내시고요! 당당하고 멋진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건강하세요!


라고 말이다.


이렇게 나는 어이없는 첫사랑의 오명을 벗었다.

내 첫사랑은 컴퓨터 선생님이 아니다. 이때까지는 첫사랑이 없었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렇게 단순하고 솔직한 나. 

그런 나의 고 2 생활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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