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마님 Jun 22. 2022

디스꼬떼까에 가다.

‘나의 달콤한 예수님 dulce jesus mio’.

Friday  November 27, 2015  


오전 수업이 끝나면 클레스 메이트들과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요리가 주로 고기고기 튀김튀김 하여, 나는 주로 8000페소 (약 3천 원)의 특별 샐러드를 먹는다.

뽀글뽀글 금발을 한 제롬이 화두를 던졌다.

[금요일 밤인데 다들 뭐해?]

나는 [일정은 없지만 아마 바비큐 파티가 있을지도 모르고, 없으면 살사 바에 가야지]라고 대답했다.

제롬이 진짜 화두를 던졌다.

[가보고 싶은 디스코텍이 있는데, 꼭 여자랑 같이 가야 입장시킨대. 같이 갈래?]

나는 그룹의 유일한 여성 멤버다. 모두 나를 쳐다봤다. 에비야 제발, 하는 눈빛.

[어우, 입 아프게 뭘 물어봐… 내일 가자.]




saturday November 28, 2015  

제롬이 가고 싶었다던 '디스코 떼까'는 서커스를 테마로 한 클럽이었다. 클럽 이름을 직역하자면 ‘나의 달콤한 예수님 dulce jesus mio’. 입구부터 조악하고 현란하고 빼곡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어두우니 이 정도고 아마 낮에 오면 입장도 못했을, 뒷걸음이 절로 쳐지는 귀신의 집을 상상하면 된다.

입구에서는 그룹별로 입장을 시킨다. 귀를 빵빵 때리는 음악은 니나와 니나 친구들의 길거리 파티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춤 추기 딱 좋단 뜻이다)

 무대 위에서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치마를 펄럭이고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며 군무를 추고 있다. 형광색 옷을 입은 피에로들이 서빙을 하고, 슈퍼마리오의 그 마리오와 그 루이지가 바에서 부지런히 손님들의 빈 잔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를 힐끗 본 콜롬 비아노는 자기 그룹의 모든 이에게 나를 보라고 손짓했다. 이것은 연예인 체험인가. 메데진에 한국인들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디스코테까에는 없었나 보다. 그들은 몇 살이지를 반복적으로 물었고, 물을 때마다 나는 손가락으로 3을 펼친다. 서른이라는 뜻이지만 23으로 읽히면 그대로 둔다. 나는 웃으며 잔을 들고 쌀룻! (마셔!!!)을 외치고 빈 잔을 채워준다. 물론 술은 너네 테이블로 가득 채운다.

 디스코떼까에는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손님이 많다. 이들은 파티를 크게 하는 걸 좋아해서 가족모임에도 친구를 데려가고 친구 모임에도 가족을 데려간다. 정말 남녀노소가 다 함께 춤추고 술을 마시며 논다. 한 그룹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어줬더니, 너도 나도 사진 찍자고 해서 그룹마다 불려 다니며 사진을 엄청 많이 찍혔다.

 

무대엔 가끔 진행자가 올라와 다음 무대를 소개하곤 했는데, 나를 보더니 큰 몸짓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저기! 오늘은 우리 클럽에 치나(china,동양여자)도 왔어!”라고 했다

나는 굳이 “꼬레아나~~~” 라고 소리 질러 정정했다.

“여러분!!! 코레아나랍니다!!”

와아아아!!!!



새벽 4시 30분에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다음 날, 대형 슈퍼마켓에 가서 시리얼을 사는데 어떤 남성이 나를 툭툭 치며 물었다

“너 어제, 디스코텍에 있었지?”

"...너두...?" ㅎ


<사진 - 디스꼬테까 입구. 자세히 보면 혐오스러운데 마침 흔들린 사진이 여기 있다>

내 얼굴이 제일 재밌어


매거진의 이전글 남미 그림일기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