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하고 부유한 시내 중심가에서 약간벗어나면,급경사와 3-4층 높이의 집들이 빽빽히 들어찬 달동네가 나온다. 창문 없이 대강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고, 아이들이 뛰놀고 청년들이 축구를 한다.
그 마을들과 시내를 연결하는 길고 긴 케이블카가 있다. 케이블카 이용료는 전철 이용료 정도로, 몇 백 원 수준이었다. 메데진은 마약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가난한 이들의 복지를 위해 엄청난 돈을 풀어서, 마약 판매 갱단이 정치계에서도 인기 있었다는 후문이 있다. 케이블카도 그때 생긴 복지의 일부란다. 이 하늘을 나는 공공버스는 산꼭대기에 사는 사람들을 센트로로 10분 만에 옮겨놓는다. 가난한 이들에겐 이것이 동아줄처럼 보였을까. 아침 저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고, 학교에 오간다.
한 대당 4-6명 정도 마주 앉는 작은 케이블카 내부는안전하고 쾌적한 느낌이다. 주변이 통유리라 바깥구경을 실컷 할 수 있다. 여기가 진짜 메데진이고, 내가 머무는 동네는 상위 1%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호스텔에 새로운 여행자가 와서 케이블카를 타보고 싶다고 하면, 나는 거절하지 않고 따라나선다.
케이블카의 빠른 속도는 오히려 안정감을 줬다. 위에서 혹은 옆에서, 바깥의 누군가와 눈 마주칠 일 없이 감히 그들의 삶을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