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만 들고 떠난다.
Tuesday, November 30, 2015
메데진에서의 어학연수과정이 끝났다. 이제 제법 생존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카르타헤나 cartagena 행 티켓을 사고 짐을 꾸린 뒤, 니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며칠 전 그린 그녀의 늙고 큰 반려견 그림을 들고 갔다. 그녀는 감동받았다며, 나를 꼬옥 안아주며 울었다.
[내 인생이 정말 무료했는데, 요 몇 주간 너랑 지내면서 너무 행복했어. 여자 친구들이 다 결혼해서 동네를 떠나갔거든. 나한테 말 걸고 친구 해줘서 너무 고마워.]
니나는 내가 남미에 와서 처음 사귄 현지 친구라 나에게도 각별하다. 그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때 맞춰서 캠핑을 간단다. 그때 같이 가자고, 크리스마스에 맞춰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캐리비안 해역인 콜롬비아 북부는 1년 내 여름이란다. 어차피 북부 여행 후 메데진을 들렀다 내려가야 해서 카를로스네 집에 간절기 옷, 노트북, 교재 등을 맡겨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흔쾌히 그러라고 하며, 자기네 집은 도둑들 일이 없단다. 짐을 뺐더니 여행자용 백팩도 과한 것 같아 그냥 백팩째로 맡겼다. 그는 안방 장롱을 열더니 제일 위칸에 백팩 째 집어넣었다.
책가방과 에코백 하나만 휘릭 매고, 국내선을 탔다.
1. 한국에서 가져온 짐 - 보고타 하이르 집에 맡긴 짐 (트렁크 1개 + 겨울옷) = 메데진에 가져온 짐
2. 메데진에 가져온 짐 - 까를로스 집에 맡긴 짐 (백팩 + 간절기 옷 + 노트북) = 카르타헤나에 가져온 짐
3. 카르타헤나에 가져온 짐 : 한여름 옷들, 수영복, 쪼리 1, 슬립온 1, 카메라, 스페인어 교재를 찢은 일부와 프린트물, 그림도구, 화장품.)
카르타헤나 Cartagena
오랜만에 관광객 모드.
2시간짜리 워킹 투어. 짧지만 콜롬비아와 카르타헤나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아주 유익했다. 카르타헤나는 스페인 식민시절 아프리카로부터 미국으로 옮겨지는 흑인들을 잠시 머무르게 하는 항구도시였다. 흑인들은 여기서 각종 신체검사를 받고 걸러졌다. 오랜 시간 굶주리고 불편하게 이동하다 보니, 병이 든 사람도 많았다.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버려지다시피 했다. 예쁜 여성들 또한 이곳 지배자들의 욕심으로 이곳에 남겨졌다. 검문소였던 건물을 지나 미국행 배를 태웠는데, 흑인들은 그 문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문"으로 불렀다고 한다.
여전히 스페인 문화와 잔재가 도시 곳곳에 많이 남아있는데, 이들은 이 또한 문화로서 보존한다. 원주민이었던 인디오들과 스페인, 아프리카인 등 여러 민족의 후손이 500년 동안 뒤섞이며 지금의 콜롬비아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