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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예술가를 위한 호스텔 - 헤나 &다비드 부부

카르타헤나

by 손마님

Saturday, December 4

어제, 구시가지 바깥으로 숙소를 옮겼다. 옮긴 숙소는 규모가 작아 손님이 나 혼자뿐인 점이 아쉬웠지만, 평온하고 예쁜 골목이라 몹시 마음에 들었다.


카르타헤나는 예술로 유명한 도시라고 한다. 골목마다, 집마다, 아주 정교한 그래피티가 많았는데 작가에게 돈을 지불하고 페인팅받은 것이라고 한다. 카르타헤나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포트폴리오 같았다. 그 그림은 아침에, 한낮에, 해 질 녘에, 한밤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나의 원픽은 과연 거북이었는데, 나는 이 거북이 그림에 매료되어 한동안 타투를 할까 말까 고민했다.


아침저녁 선선한 메데진과 달리 카르타헤나는 밤에도 습하고 덥다. 콜롬비아노들도 이 더위엔 적응이 안 되는 새벽 두 세시까지 거리에 삼삼오오 모여있곤 한다.


주말(금요일 밤)이 되자 그들은 볼륨을 높였다. 숙소보다 차라리 밖이 시원해서 돌아다니다가, 레게 머리를 한 예쁜 커플을 만났다. 예술가를 위한 호스텔을 운영하는 해나 부부. 우리는 같이 펍으로 이동해서, 살사와 바차타를 추고 놀았다.


다음 날, 해나 부부의 호스텔에 놀러 갔다. 벨을 눌렀더니 3층에서 끈으로 연결된 현관 열쇠를 밖으로 내려 준다. 1, 2층은 길거리 예술가들을 위한 호스텔로 운영 중이었다. 특이한 곳은 2층이었는데, 방이 없고 통으로 비어있었다. 침대 대신, 기둥을 세우고 해먹 8개를 연결해 두었다. 1층 사람들은 벙커침대를, 2층 사람들은 해먹에서 묵는다. 침대는 너무 더워서 2층을 선호한다고 하면서, 해먹은 침대값의 반이라고 한다. 1층 이불은 빨기 귀찮다며 해먹에서 자는 게 좋다고 한다. 3층에는 빨아야 할 이불들이 쌓여있었다. 발로 밟아 손빨래를 한다고 한다. 그곳에 묵는 예술가들은 낮에 호스텔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액세서리를 만들고, 밤에는 구시가지로 가서 좌판을 깔고 판매하여 수익을 낸다. 어떤 이는 곤봉을 연습하고 있었다. 곤봉 묘기로 돈을 번다고 한다. 그들은 이 도시 저 도시를 여행하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진 5, 6> 헤나 & 다비드 부부의 길거리 예술가를 위한 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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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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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 앞의 바다거북 그래피티. 밤이 되면 가로수와 전등 빛으로 황홀하게 업그레이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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