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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마님 Jun 27. 2022

콜롬비아 인디오를 만나다

팔로미노 1일 차  (EP1)

Tuesday, December 22, 2015

팔로미노는 국립공원에서 약간 벗어난, 대자연이 살아있는 작은 마을이다. 인디오들이 시장과 먹거리를 찾아 3일을 걸어 이곳으로 온다. 정교하게 뜨개질한 가방과 코카잎을 팔기 위해서다. 띄엄띄엄 스페인어로 (구걸 비슷하게) 원하는 걸 요구하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 20년을 살았던 오스카가 우리를 가이드했다. 소속이 있는 정식 가이드는 아니다. 타강가에서 만난 현지인인데, 주말마다 팔라미노 Palamino에 간다고 했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오스트리아 여행자가 모객을 거들었다. 영국 작가와 나까지 셋이서 가이드 비용을 1/N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자고 하고 다음날 오후에 정류장에서 모였다.


오스카의 제안으로 인디오들에게 필요한 생선,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출발지에서 사 가지고 갔다.


 버스를 타고 한참 졸고 있는데, 버스 뒷칸에서 싸움 소리가 났다. 고성이 오가더니 결국 우리 일행 중 한 명인 영국 작가가 버스에서 내렸다. 뜻이 맞지 않는 여행이라면서. 우리 그룹은 여성 둘에 가이드로 단출해졌다. 영국 작가가 간다고 해서 믿음직스러웠는데...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초저녁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걷다 보니 배고픈 인디오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다. 성인 남녀가 150cm이 안될것 같은 작은 키로, 체구가 작았다. 남성들은 고무 장화를 신고 짐을 메고, 여성들과 아이들은 맨발로 다녔다. 모두 까맣게 탄 피부에 하얀옷을 입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 쉽게 구분되었다.


오스카의 제안으로 유난히 몸집이 작은 갓난아기를 가방에 싸매 머리에 메고 다니는 인디오 가족에게 구운 닭고기와 감자를 사 주었다. 엄마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 동안 내가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그 인디오 가족들이 나를 한참 구경하더니 오스카에게 묻는다. 가족 중 성인 남성 1명만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다. 


“쟤는 어디 애야?”

“얘는 한국. 20시간 넘게 날아온다고.”


그 인디오는 나를 다시 찬찬히 살피더니,


“…. 쟤도 인디오인가.”

“... 뭐라고? 맙소사! 얘는 인디오 아니야 푸하하하하"


오스카는 한참 웃고나더니 그 인디오와 내가 몽골에서 출발한 같은 선조를 가진 사람들일거라고 설명했다.


어느 책에서 봤을 때, 남미 인디오와 몽골인은 내 눈에도 비슷해 보이긴 했더란다. 실제로도 정말 그랬다. 그들 눈에도 내가 비슷해 보였나 보다. 황색 피부, 치켜 올라간 눈, 불툭 튀어나온 옆광대, 두껍고 곧은 머리카락. 우리는 한때 우리가 한 핏줄이었음을 증명하는 논문의 한 페이지처럼 닮아 있었다.


인디오 가족은 생선을 받아 들고 고마움의 표시로 코카잎을 한 움큼씩 쥐어 주었다. 오스카가 코카잎을 손으로 구긴다음 어금니와 볼 사이에 깊이 끼워 넣고, 조금씩 나오는 즙을 삼키라고 알려줬다. 이곳의 자연 피로회복제란다. 코카잎은 고산증에도 좋고, 고 카페인이라 혈기를 왕성하게 한다고 오스카가 설명해줬다. 우리지 않은 녹차잎맛이다. 너무 써서, 잎 끝만 약간 씹고 뱉기를 반복하다 가방에 찔러 넣었다.


허름한 오두막에 해먹을 치고 하룻밤을 자고, 내일 아침에 산을 올라 튜빙을 하러 간다.

*튜빙 - 대형 튜브를 타고 계곡에서-바다까지 가는 액티비티


우리식으로 말하면 포대기인데, 콜롬비아 인디오들은 저 끈을 머리에 고정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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