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칠라를 맨 다이빙 강사
Sunday, December 20, 2015
어쩌다 보니, 콜롬비아 북부에 3주째.
타강가taganga는 워낙 작은 마을이라, 스쿠버 다이빙을 빼면 할 일이 없다.
오전엔 스쿠버 다이빙 실습을 나가고, 오후엔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실습이 하루에 2시간밖에 안되니 시간은 남아돌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더 할 체력은 안 된다. 그래서 그냥 학원과 단골 카페에 출근하다시피 기웃거렸다. 이제 마을 주민들과도 친해져서 집에 초대받기도 한다. 메데진에 이은 즐거운 똥개 생활.
일 끝난 강사들도 상황은 나와 같아서, 낮잠 자고 떠들며 남은 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들은 내 스페인어 공부를 도와주고, 맥주를 나눠마신다. 떠돌이 개들이 물 마시러 오면 털에 붙은 벼룩을 잡아준다. 개들은 다리 밑에 앉아 쿨쿨 자다가 다시 홀연히 떠난다.
유럽의 겨울이 이들에게는 성수기 기간이라 강사들 대부분이 쉬는 날 없이 일한다.
이 때는 전국에서 다이버들이 몰려 와 마을이 활기를 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들이 내 강사가 산티아고인 이유를 알려줬다.
[아, 동양인이 접수를 하면 일단, 가위 바위 보를 해.]
그리고 내가 등록한 날은 산티아고가 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동양인이 수영도 영어도 못하거든? 그래서 유럽인보다 두 세배는 손이 많이 간다고.
자존심이 상하지만 내가 어제까지 짐짝이었던지라,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모칠라를 맨 다이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