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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마님 Jul 01. 2022

작은 마을이니 가능한 일

살렌토 salento EP 1/3

Monday, December 28, 2015

메데진에서 버스를 타고 살렌토로 왔다. 한국인 여행자 새비와 동행하고 있다. 우리는 타강가에서 만나서, 메데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당연히 나는 그녀를 '나의 달콤한 예수님'클럽에 데리고 갔다), 살렌토를 지나 보고타까지 함께 가고 있다.


예약할 때 분명 '버스'라고 들었는데, 9인용의 낡은 승용차가 왔다. 어느 지점에서 갈아타는 건가, 했는데 그대로 끝까지. 구불구불한 산길을 이 디스코팡팡을 타고 6시간 달렸다. 안전벨트가 없어 몸을 고정할 수 없고, 등받이는 젖혀지지 않고, 엉덩이는 자꾸만 미끄러진다.

허리디스크가 도지기 전에 차멀미로 죽을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오르막길을 걸어올라 시내로 가야 한다. 유유히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청년을 불러 세워, 혹시 태워줄 수 있는지 물었다. 사람이 타는 건 어렵고, 가방은 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가방을 맡겼더니 처음엔 내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맞춰주다 휙 가버렸다. 애를 태우며 숙소에 도착하니 가방이 먼저 와서 나를 맞이해준다. (작은 마을이니 가능한 일이다.)  


나중에 이 청년을 길에서 다시 만났다. (작은 마을이니 가능한 일이다.) 그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앞에서 아레빠(동그랗게 튀긴 만두)를 팔고 있었다. 그 집에 자주 가서  '오늘의 정식 menu del dia'를 사 먹고, 그가 튀긴 아레빠를 사 먹었다.


가게 뒷공간에 미용의자가 있어서 물어보니 이곳이 어머니의 식당 겸 미용실이란다. 시골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부지런하다.


살렌토는, 예쁘다. 정말 예쁘다. 골목마다 화려한 색의 건물이 줄지어 있고, 도착한 날이 장날이라 복작복작 활기가 넘쳤다. 우리나라의 오일장 같은 것인데, 이 날은 서커스를 하는 여행자들이 묘기를 부리며 작은 카니발을 열고 있었다.



기타 치는 여행자와 그림 그리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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