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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마님 Aug 10. 2022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파타고니아 트래킹 EP 1/5

툭- 툭툭, 툭툭툭...


둘째 날.

‘파이네 데 그란데’의 텐트에서 자고 일어나는 새벽, 빗소리에 깼다. 텐트의 얇은 비닐 지붕 위로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요란한 소나기다. 텐트에서 짐을 정리하고 텐트 입구를 연 채 가만히 누워 있다. 안개 옷을 입어 흐릿한 돌산을 바라보며 비가 잠잠해지길 기다린다.


7킬로 배낭을 메고 처음 걷는 날이다. 그냥 산행도 잘 못하는 체력인데 배낭이라니. , 제정신인가. 한국에서도 안 해본걸 지구 반대편에서 해보겠다고. 30분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체력을 아껴보기로 한다.


호기롭게 출발하길 30분, 앞으로 2시간을 더 걸을 생각을 하니 점점 걱정이 불어난다. 뒤돌아보니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보이는 캠핑장이 보인다. 이제 다시 가는 것도 거리가 좀 있네.


다시 출발하려다 마주오는 동양인과 인사를 나눈다. 익숙한 동양인 얼굴... 음???


오오오아아아!!!!

우린 서로 소리 질렀다

뒤이어 브라이언도 걸어온다. 으아아아앜!!!

웨이니와 브라이언이라니!! 남미의 북쪽 끝, 콜롬비아 타이로나 국립공원의 캠핑장에서 같이 1박 했던 친구들을! 남쪽 끝 파타고니아 공원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너 페이스북을 보고 너 생각을 했었어 세상 좁다ㅋㅋ’

‘나도! 나 계속 브라이언의 오렌지색 텐트를 찾았잖아!ㅋㅋ’



‘너 앞으로 2시간은 걸어야 할 텐데. 10분 돌아가서 놀다가 가

친구들이 제안해서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갈길이 멀고 30분이라도 걸어온 게 아까워 일단 가겠다고 한다. 나는 이쪽 방향으로 숙소를 예약했다고.


산에서 내려가면 동네에서 만나자. 그들은 하산 후에 나탈레스에서 며칠 더 묵을 거라고 했다. 그러기로 하고, 나는 동쪽으로, 그들은 서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들은 북쪽에서 만난 이후 파타고니아로 바로 날아왔고, 여태 이 산에서 2주째 야영 중이었다. 그들은 정말 새카맣게 타 있었다.

에너지를 얻어 신이 나서 웃으며 걸었다. 만날 인연이었나 보다! 여행자의 세계는 의외로 작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아침 소나기의 형이 찾아왔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 방수재킷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푹 숙여도 빗방울은 얼굴을 척척 때렸다.


아... 그들을 만난 게 원점으로 돌아가란 뜻이었을까... 하지만 오늘 밤 예약한 숙소로 가야 한다! 이제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2시간 거리의 목적지만이 남았는데, 짐은 무거워지고 체온이 올라간다. 방수재킷 안으론 땀이 줄줄, 얼굴로는 비가 줄줄 흐른다.


그때, 빨간 점퍼를 입은 남성이 길을 막고 섰다.


"어이, 잠깐만"


<EP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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