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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연 Sep 03. 2024

위대한 상장은?
나 자신에게 수여하며 토닥거리는 것

7살 된 손녀는 도대체 어떻게 '위대한 상장'을 생각 했을까?


인터넷을 뒤져도 '위대한 상장'과 관련한 내용이 뜨질 않는다. 위대한 사랑, 위대한 업적, 위대한 사람(위인), 위대한 장면과 같은 형용사와 명사의 결합은 있어도 '위대한 상장'은 처음이다. 기껏 '위대한 상장'이 하나 나오는데 그것은 상장 케이스를 뜻하는 것이었다. 


오늘 블로그 내용과 단어 태그를 계기로 '위대한 상장'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재될 것 같다.  

손녀가 처음으로 만든 단어가 확실하다.  


"어디에서 본 거냐?"고 물어봐도 별로 대답하질 않는다. 

'위대한 상장'에 적어 놓은 문구가 뭉클하다.     


상 장

얼마나 열심이 햇는지 

눈물이 날 것 갓습니다.

-위대한 상장-



위대한 상장은 부모님이나 존경하는 사람에게 드릴 수 있다. 그런데 손녀딸이 쓴 위대한 상장의 내용을 보니까,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기특한 상'으로 더 어울린다. 


삶을 지나다 보면 문득 나 자신을 위로하고 토닥거리고 싶을 때가 많다. 

그때 그것을 내가 어떻게 해냈지?

진짜 힘들었는데 잘 넘어갔어!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 시절을 견뎌냈는지 몰라!

그렇게 나 스스로가 대견해서 토닥거리고 싶을 때, 나한테 주고 싶은 상장이 바로 '위대한 상장'은 아닐까.



그때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위대한 상장(나 자신) 드림"


그렇게 나 자신에게 위대한 상을 주고나서, 혼자서 맛있는 요리를 해먹거나, 부모님과 친구를 초대하여 이쁜 식사를 대접하거나, 와인 한병을 크리스탈 잔에 따라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음미하거나,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외식을 하면 또 다른 단어들이 이어진다.


위대한 요리

위대한 짜장면

위대한 식사

위대한 와인

위대한 저녁

위대한 된장찌개


완벽(perfection)과 완전(perfect)의 구별, 퍼팩트한 우리들의 삶


스피노자는 완벽과 완전을 구별한다. 


완벽(perfection)은 어떤 흠도 없고 어떤 모자람도 없는 신, 즉 완벽한 존재이다. 신이 완벽한 존재라면 인간은 당연히 부족하기 짝이 없는 불완벽한 존재가 된다. 신과 대비하여 열등한 존재로 추락한다. 인간은 언제나 신 앞에 죄 많은 존재로서 비루해진다. 신을 순종하고 섬길 뿐이다. 오직 신을 따라, 신의 가호를 받아, 신의 심판을 기다리며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스피노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식으로 신을 비판한 스피노자는 파문당해 고립의 삶(본인 자신은 자유로웠겠지만)을 살게 된다. 모든 인간이나 비존재(동식물이나 사물)은 신의 무한한 속성들이 투영하고 변용된 완전(perfect)의 존재다. 다만 역량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인간의 삶을 되돌아 보면 우리는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량을 갖고 후회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 완전한 삶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그때 더 잘했어야 됐는데, 그때 뛰어들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산의 계곡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았다. 곧바로 뛰어 들어서 구하고 싶었으나 수영을 할 줄 몰라서 끝내 포기한 적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구출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후회가 밀려온다.


이때 스피노자는 위로한다. 

" 그때 어린 너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다만 네가 수영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후회하지 말거라. 너는 그때 마음 먹어서 지금은 수영을 잘하지 않니?" 

인간은 매 순간 자기 역량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완전한 존재  


인간은 매 순간 완전한 존재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기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온전한 존재다. 지나치게 후회하지 말일이다. 


우리는 역량에서 차이가 날뿐 신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존재에 속한다. 인간을 포함한 온갖 삼라만상의 뭇존재(=자연, 여기서 자연은 풍경을 말하는 것이 아님)는 신의 변용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규정하길, 신 즉 자연(Deus sive Natura, God or Nature)이다. 


누구나 지금 되돌아 보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영롱한 순간들이 보석처럼 알알이 맺힌 삶이다. 

얼마나 찬란한가.


오늘은 위대한 상장을 나 자신에게 주면서 등을 토닥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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