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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n 11. 2024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써라

심신이 무너져 내릴 땐 붙잡을 것이 절실하다. 종교든 사람이든 붙들고 싶었다. 절박한 정신을 매어둘 수 있는 건 글쓰기. 살아가기 위해 필요했고 당장 하루를 버티기 위해 쓰고 또 써야 했다.  끄적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잘 쓰고 싶었다. 글쓰기의 양대산맥, 스티븐킹에 이어 나탈리 골드버그를  영접하게 된 계기다.  

스티븐킹의 글이 호탕하고 매혹적이라면, 나탈리의 글은 폐부를 찌르는 섬세하고 정교한 맛이 있었다. 두 대가의 공통점은 멈추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써 나갔다는 것이다.

작가는 누구보다 강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며 끈기와 꾸준함으로 쓰고 또 써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보다 더 절실한 표현이 있을까. 원한, 고통 따위가 뼛속에 파고들 정도로 깊고 강하다 라는 뜻인 '뼈에 사무치다'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잘 쓰고 싶은 욕구에 늘 목말랐다. 책은 나를 붙고  나는  손을 덥석 부여잡았다.

처음에는 글쓰기 시간에 밀려 속도가 붙지 않았다. 글쓰 을 알고 싶다는  맹목적 믿음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면 자신의 마음이  어느새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다. 이제 당신은 자신이 쓰는 글을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 당신이 머물러 있는 길 위에서 계속 걸음을 떼면 된다. 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종이 위를 달려가고 있으니까.' <47~48p>


글쓰기는 끈덕지게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늘이 준 기회라는 감사함과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있었다.

오래 걸렸다. 혼자 끄적이며 감정을 쏟아붓던 날을 지나 보여주는 글을 쓰까지.  쓰고 또 써도 더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로 명명된 그날부터 매일  글을 써 내려갔다.

틈날 때마다 읽고 쓰고 읽고 끄적이는 나를 본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든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나, 쓰기 위해 미친 듯이 몰입하는  모습도.
나탈리 골드버그처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보리라.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유가 가능하다. 당신은 문체를 향상하기 위해, 당신은 얼간이이기 때문에 , 당신은 종이 냄새에  미쳤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194p>


불쑥불쑥 글 쓰는 이유에 대해 궁금했다. 왜 나는 글쓰기에 집착하며 미친 듯이 쓰고 있는가. 작가는 말한다. 그저 쓰고 있기 때문에 쓴다고.  
아직 써야 할 날이 더 많다. 깨우침은 느리게 온다.


'자신이 쓴 글을 완전히 떠나보내는 것. 그럴 수 있을 때 당신은 작가로서 완전하게 설 수 있다'.(206p)


한 단어 한 문장을 쓰고 나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훨훨 날아다니도록 글을 떠나보내자. 나는 내 글이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자유롭게 훨훨 날아서 누군가의 가슴에 사뿐히 착지하기를 바란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브런치'라는 '신세계'를 만났다. 지구라는 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세계를 발견했다. 끊임없이 생동하고 진화하는 이 세계가 마음에 든다.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쓸 수밖에 없는 운명에 탑승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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