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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위치(sad wich)가 될뻔한 샌드위치

극소심자의 눈물겨운 일상

by 진아

샌드위치 가격이 800원 올랐다. 배신감에 한번 더 가격을 확인한다. 요리 봐도 저리 봐도 틀림없다. 6천 원의 행복을 꿈꾸며 뙤약볕을 헤치며 왔건만. 게다가 좋아하지 않는 맛살까지 덤으로 들어있다. 어제저녁부터 아침을 지나 지금까지 공복상태다. 오후 1시가 지나자 배꼽시계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빵 포장지라도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배고픔에 눈과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허기를 이길 장사는 없다.


터덜터덜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를 지키는 아주머니 '친절함'은 언제나 사롭다.

요즘은 얼굴만 봐도 성격과 됨됨이, 살아온 행적들이 어렴풋 읽힌다. 그간 흘러간 세월은 무시할 수 없구나 싶어 서글퍼졌다.

오늘도 아주머니는 친절을 가득 담아 계산한다. 아까운 800원을 되뇌던 뾰족한 마음은 온데간데없다. 이제 허기진 배와 혀를 단짠단짠 한 맛으로 감동시킬 일만 남았다. 꽁지에 불붙은 새 마냥 후다닥 주차장으로 내달렸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포터가 차 측면을 비스듬히 막아선다. 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러 왔나. 포터와의 간격을 얼추 가늠해 보며 시동을 거는 찰나, 거대한 트럭 하나가 차 정면을 가로막는다. 따가운 햇살은 얼굴을 집요하게 강타하고 배고픔은 예민한 암사자의 신경을 건드린다.


아... 내 차는 졸지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좌우, 앞으로 포터와 트럭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 삼국지 전쟁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제 아무리 제갈량이라도 어찌할 수 없는, 어떤 병술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땀 흘리며 물품을 분주히 나르는 아저씨에게 차 좀 빼달라고 말할 베포 따위 없다.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보지만 어림없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저씨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신속히 상황이 종료되길 기다린다. 샌드위치는 아삭한 야채의 식감과 신선한 재료들의 합이 생명인데. 샌드위치의 눅눅해진 모습이 떠올라 애간장이 탔다.


3시간 전부터 떠올렸던 샌드위치(sandwich)는 이대로 눈물 젖은 새드위치(sadwich)가 될 것인가.


언제든 차를 빼주겠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십분 남짓 흘렀나. 거대한 트럭이 사냥을 끝낸 맹수처럼 유유히 떠나간다. 소심하게 쾌재를 부르며 시동을 켰다. 치타처럼 빠르게 정글을 빠져나가리라.

글을 끄적이며 그토록 기다리던 샌드위치(sandwich)를 베어문다.

아, 나의 새드위치(sadwich)여, 다음엔 맛살 없이 눈물 없이 만나기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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