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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 X비빔면 소스가 되고 싶다

연장통 세 번째 서랍에서 언제나 꺼낼 수 있는.

by 진아

마트에는 각개전투와 유격훈련을 마친 병사들이 가득하다. 혹독한 경쟁을 물리친 자 서 있을 수 있는 곳. 알록달록한 장병들 속 파란 소스병이 눈에 띈다.

'엇, 팔 X비빔면이 소스만 따로 파네.'

네모난 X비빔면이 소스만 따로 판매하고 있! 기존의 납작한 군복은 벗고 입체적 군복 입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반가움과 놀라움 그를 연신 들어 올렸다 내렸다.

열렬한 미각의 칭송에 힘입 그가 새롭게 돌아왔다. 영토를 넓히고 승승장구한 광개토대왕럼. 의 자리는 그저 얻은 자리가 아니다. 1984년부터 꾸준히 달려온 끝에 비빔라면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름 7cm 땅에 홀로서기 위해 꾸준히 달렸던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항해에서 무엇을 건져 올려야 하는가. 지도 한 장 없이 낚싯대만 덜렁 메고 나선길. 요령도 기술도 없이 배짱과 패기만으로 나선 뱃길. 별빛을 등대 삼고 달빛을 거울삼아 떠나는 망망대해길. 시작도 끝도 없는 이 길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가다 보면 근원을 알 수 있을까. 밑도 끝도 없는 끄적임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줄까. 사히 나의 자리 안착할 수 있을까.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읽기 시작했다. 낯선 화법, 국문보다 한문이 많다. 머리가 빙빙 돈다. 길을 쉽게 찾고자 집어든 지도가 하필이면 난이도 상이다. 한글로 적혀 있어도 입력될까 말까 하는 언어들이 한자를 얼싸안고 강강술래를 돌며 신이 났다. 여기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무리에 섞여 한판 놀아볼까. 서성거리다 머뭇거리다 한걸음 다가선다. 원무 안에서 손 하나 불쑥 나온다. 주춤거리던 발걸음은 수백 개 발걸음과 섞인다.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돈다. 달빛이 쏟아지는 밤하늘, 얼굴도 나이도 알 수 없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 맥박소리를 듣는다.




팔 X비빔면은 꾸준함으로 정상에 도달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장은 멈추지 않았다. 젊고 어여쁜 신제품 속에서도 노련미가 빛난다.

40년 후 나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라는 고유한 브랜드 찾았을까? 잊을 수 는 글맛을 찾았을까.

조미료 하나 없이 소스 하나로 감칠맛을 내고 을까. 손맛나로 끝장나는 필체... 가지고 싶다.


그나저나 강강술래는 언제 끝이 나려나?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이태준작가님, 강강술래는 언제쯤 끝날까요?

이제 그만 돌고 비빔면 한 그릇 땡기러 가실래요?







※ 절대 PPL광고 아닙니다. 팔 X비빔면을

좋아하는 1인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게재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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