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 '최선의 삶'을 읽다
막연한 단어로만 꺼내보았던 미래가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소영은 현실이라는 그물로 미래를 포획하는 유일한 아이였다. 제 마음대로 꽃을 피우고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아이였다.
읍내동에서 살 것 같은 손님도 외제 차를 몰 것 같은 손님도, 병신과 병신 아닌 사람으로 나눌 수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를 더 가깝게 연결했다. 그라나다. 진짜 죽여주는 도시. 고개를 저으면서도 나는 자꾸 중얼거렸다. 그라나다.
아람은 나를 주워온 고양이처럼 대했다. 소영과 싸웠던 그날부터 쭉, 아람은 나를 버려진 고양이처럼 대했다. 집을 나가자던 아람의 제안이, 나를 주워가기 위한 것이었을지 몰랐다.
"누굴 죽이려고 식칼을 싸들고 다녀? 아람은 싱글싱글 웃으며 물었다. "칼은 죽이려고 쓰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고 쓰는 거지." 나도 모르던 대답을 나는 하고 있었다.
타투이스트는 사람마다 통증이 다르다고 했다. 누군가는 아주 커다란 상처를 새겨도 아프지 않고, 누군가는 아주 작은 상처를 새겨도 남들보다 더 아프다고 했다. 문신을 새기는 것을 상처를 새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과 덜 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아픔을 많이 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