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몰랐다. 내가 무엇을 신고 있는지. 한참 씻다가 발을 내려다봤다.그제야 짝짝이 슬리퍼가 눈에 들어왔다. 크기도 색깔도 다른 슬리퍼를 이제야 알아본다.슬리퍼가 짝짝이인 줄 모르고 해야 할 다양한 임무(?)를 부지런히도 해냈다.원효대사가 다디단 물인 줄 알고해골물을 맛있게 마셨듯이.
어떤 일이든 무엇을 하든 슬리퍼의 크기와 색깔 그 어떤 이유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한걸음 떨어져 있다고 조바심 내고 주눅 들 필요 없다.불안과 초조를 친구삼지 말자. 남들과 다르다고 출발선이 다르다고망설일 필요 없다. 가고자 한다면 닿고자 하는 곳엔 반드시 닿는다.타인의 시선엔 무디게, 나의 열정엔 쌍수 들어 반응하자. 짝짝이 슬리퍼를 신고도 신은 줄모르게. 7월엔 무모함을, 한겨울엔 뜨거움을 끌어안자. 다만 짝이 맞는 신발을 신고도 달리지 않는 게으름을 부끄러워하자. 열정과 용기만 있다면 짝짝이 슬리퍼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절대! 단언컨대! No problem!
나는 가늠할 수 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