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다재다능하고 자칭 아이큐 135라며 13년째 주장하는 버럭씨(남편)가 산다. 수학, 과학, IT분야에 빠삭하고 고장 난 어떤 물건이든 그의 손을 거치면 뚝딱 살아난다. 신기방기 고쳐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말에 서서히 현혹되어가고 있었다.
'진짠가?... 아이큐 135. 흠... 기본 머리는 있는 것 같긴 한데.'
나는 상대방이 말하는 대로 보여주는 대로 믿는 편이다. 그래서 버럭씨의 꾐(?)에 빠져 내 발에 스스로 족쇄를 찼지만. 흑흑.
연애 초창기, 솔로몬처럼 현명한 판단을 척척 내리고 다양한 방면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황홀해했더란다. 그래서 더욱 버럭씨의 의견과 결정을 맹신했고 그의 확신과 판단이 곧 정답이라 여겼다. 그 믿음에 오차가 있을 거라곤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맹신에 가까운 믿음에 의문을 품게 된 건 신혼 1년 차쯤이었다.
푹푹 찌던 어느 여름날, 방광염에 걸렸다. 당시 어리버리 신혼부부는 그 질환과 증세에 무지했다. 여느 날처럼 화장실을 갔는데 혈뇨가 섞여 나왔다! 너무 놀란 나는 날다시피 화장실을 뛰쳐나왔다.
"여보, 나 소변에 피가 나와. 어떡하지..?"
울먹이며 나오는 나를 보고 그는 더 당황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병원에 전화를 했다.
"저... 저기, 부인이 소변을 누는데 오... 오줌이 나와요!!"
"네.. 에? "
소변을 누는데 오줌이 나오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던 나는 일시정지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버럭씨의 전화를 받은 수화기 너머 간호사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 으하하하. 뭐야, 피가 나온다고 해야지."
"어, 내가 피라고 안 했어?"
실수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을 것 같던 그도 실수를 하는 보통사람이었다. 아이큐 135라 호언장담했던 건 혹시... 몸무게를 지능으로 착각한 건 아니었을까. 흠흠.
버럭 할 때도 있지만(일상이 버럭) 인간적이고 다정다감한 버럭씨.
오늘도 어김없이 웃음 한건 날려주셨다.
아이들 챙기랴, 저녁준비하랴 정신없이 부엌을 날아다닐 때 혜성같이 그가 다가왔다.
계란말이 하려고 달걀물을 준비하던 터였다.
"그건 내가 할게."
듬직한 버럭씨에게 뒤집개를 수여하고 잠깐 자리를 비웠다.
"여보, 이거 두루마리로 하면 돼? (버럭씨)
"엥? 두. 루. 마. 리?"
"아, 아니. 그.. 뭐더라..."(버럭씨)
"으하하하, 난 무슨 말 할지 알지롱, 안알려줘야징, 으흐흐."
"왜 갑자기 생각이 안 나지? 그... 두루마리 말고 뭐더라. 음... 그래 계란말이!! 으하하하."(버럭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