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유독 걸음이 빠르다
해는 한 뼘 더 빨리 지고
어둠은 두 뼘 더 길어졌으며
밤은 세 뼘 더 깊어졌다
어제보다 더 짙어진 겨울향기에
한 시간 일찍 아침을 시작한다
모두 잠든 시간
고요와 침묵을 품는 호사를 누린다
아무나 깨어날 수 있지만
누구나 깨어 있을 순 없는 시간
계절과 시간이 선사하는 선물
부담 없이 넙죽 받아 든다
하루치 열정 용기 긍정을
노트 옆에 살포시 꺼내 둔다
새벽이 커튼을 열면
능청스러운 얼굴로 아침이 찾아온다
오늘은 어떤 얼굴로 맞이할까
마음을 비질하며 새 하루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