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봄, 장래희망은 여름입니다-3
톡톡 떨어지고
툭툭 떨구는 활자는
어느 시절 눈물을 닮아
이리도 애틋할까
활자는 나를 닮고
나는 활자를 닮아
소금보다 짠한 우리가 되었다
어떤 날은 글씨가 나를 보며 운다
등을 구부리고 잉크가 번지도록 운다
눈물을 감추며 꾸역꾸역 걷는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해후할 걸 안다
말간 손으로 삐뚜름한 걸음으로
다시 걸어갈 걸 안다
기쁨보다는 슬픔에 익숙한 사람은 글을 쓴다. 슬픔은 만년부장이니 올해는 기쁨이라는 새로운 부서로 이동해 볼까. 봄은 변화를 꿈꿔도 괜찮은 계절이니까.
활자가 바람을 맞고 허허벌판에 서 있다. 누구에게는 자유를 상징하는 공백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방황일 뿐이다. 이 하얀 사막은 자유일까, 방황일까. 단어 하나 바로 서있지 못해 비틀거리는 필체는 쓰는 사람을 닮았다. 길쭉하지도 뭉툭하지도 못하고 비스듬한 채로. 김수영시인의 풀처럼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눕고 혹여 비가 오면 그대로 흠뻑 젖을 수밖에 없는 활자는 작은 아이에 머물러 있다.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 사막 위를 서성이고 있다.
글쓰기 연료는 슬픔이다. 애틋한 슬픔이 목울대까지 차오르면 쓰지 않고서 배길수 없다. 구토를 하듯 백지 위에 쏟아낸다. 울다가 웃다가 뱉어내면 나는 사라지고 활자만 오롯이 남는다. 살아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손이 저 혼자 걷는다. 자판을 두드리기 전부터 저 문장은 존재했었지. 그저 이야기를 발견하고 토해내는 게 쓰는 사람의 일이다.
화살은 뺄 수 있지만 어떤 글은 심장에 박힌 채로 평생을 간다. 각인된 문장은 늙지도 죽지도 않고 또 한 번 나를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