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익으면 달빛마저 숨죽여 등을 켠다

취미는 봄, 장래희망은 여름입니다-4

by 진아



목련


1

잎눈 꽃눈 새눈 모두 모였다

꽃주머니 터트리자!

바람이 밀고 빗물이 두드려도

꿈쩍 않던 게 햇살간지럼에 활-짝

휘날리는 꽃국기 사이로

와르르 쏟아지는 하얀 봄





2

꼭꼭 숨겼는데

꽁꽁 뭉쳤는데

아뿔싸, 들켰구나!

하얗게 드러난 뒤통수

겨울이 몰래 숨겨둔 함박눈






텅 빈 땅은 쓸쓸하다. 겨울이 쉽게 끝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눈물 없는 바람이 할퀴고 지나간다. 그럼에도 봄은 오고. 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 덕분에 봄이 온다. 땅 속에서 땅 위에서 작은 손이 인사하고. 여리고 보드라운 게 세상을 들어 올린다.






우연히 쓴 편지가 시를 부른다. 그렇게 용을 쓰고 달래 도 꿈쩍 않던 녀석이 제 발로 슬금슬금 흘러나온다. 글쓰기에 순풍인 날은 없고. 날마다 바람 앞에 선 촛불이지만. 두려움마저 사랑할 수밖에 없다. 달아나려 발버둥 쳐도 한결같이 백지 앞으로 되돌아온다.





어둠이 지층처럼 쌓인 새벽은 어제의 영역이다. 밤이 익으면 달빛마저 숨죽여 등을 켠다.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엔 깨어있는 사람만이 목소리를 가지고. 숨 쉬는 소리조차 커다란 움직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