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道樂山 ]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 우암 송시열
산행지: 도락산(단양)
산행일: 2021년 7월 31일 (토)
산행코스: 상선암주차장-제봉-형봉-도락산삼거리-신선봉-도락산정상(964m)-신선봉-채운봉-검봉-상선암주차장
난이도: 약간 어려움
도락산은 우암 송시열이 '깨달음은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라는 뜻에서 산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15년 전쯤 친구들과 도락산 아래 상선암 계곡에 물놀이를 갔다가 처음 알게 된 도락산. 처음 보는 산세가 너무 멋져서 '언젠가는 꼭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날 상선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 물에 빠져 정말 큰일 날 뻔했었다. 주마등처럼 살아온 세월이 스치며 도락산이 보이는데, 저 산을 가보지도 못하고 이런 곳에서 죽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친구들 도움으로 큰 일을 피할 수 있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서둘러 집에 가게 되었다. 어느덧 15년가량이나 지나 잊고 살다가 우연히 도락산 후기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도락산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삼복더위가 한창이다. 장마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날씨가 이어지던 때에 도락산을 향하면서 어차피 더울꺼라면 내심 약간의 비가 와주기를 기대했다. 마침 비 예보가 있어서 잘 됐다 싶었다. 그런데 당일 새벽 단양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비가 와도 너무 온다. 산행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상선암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상선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흐리기는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온 상선암은 예전과 많이 다르게 정비되어 있었다. 예전 친구들과 놀러 왔을 때 묵었던 민박집터가 탐방지원센터와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차를 하고 잠시 둘러보니 계곡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드디어 여길 와 보네..'
잠시 후에 같이 산에 오르기로 한 친구가 도착했다. 가볍게 정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했다.
도락산 정식 탐방로는 상선암코스와 내궁기코스 이렇게 두 코스가 있다. 상선암코스는 거리가 조금 긴 편이나 도락산을 한번 둘러서 오르고 내려올 수 있다. 내궁기코스는 짧지만 매우 가파르고 험하다고 한다.
주차장을 벗어나자마자 시작부터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렇게 시작부터 가파르게 오르면 초반에 지치기 쉬운데 날씨마저 후텁지근하니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주자창 옆길로 주욱 오르면 선암가든이 나오는데 그 사이로 오르면 상선암 사찰이 온다.
상선암 오른쪽 샛길로 들어가니 바로 등산로 입구가 나왔다.
내궁기코스가 가파르다고 하지만 상선암코스도 시작부터 몹시 가팔랐다. 시작부터 암릉과 계단을 번갈아가며 올라간다.
가파른 바위산이라 초반 20분 정도만 오르면 중간중간 트이는 지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락산은 대체로 가파른 길이 많다. 흙길도 종종 나오지만 대부분 바윗길이다.
15년 전 도락산이 멋있어 보였던 이유 중에 하나가 하늘로 치솟을듯한 바위와 그 사이로 자라난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멋지게 자란 소나무가 꽤 많았다.
구경도 잠시,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야 한다.
도락산 정상까지 가는 도중에 제봉, 형봉을 거치는데 제봉은 봉이라기보다는 능선 갈림길 같은 수준이었고, 이정표 아래에 간단히 명시만 되어 있었다. 제봉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형봉이 나온다.
형봉 또한 이렇다 할 표시석은 없다. 형봉에 오르면 맞은편에 하산할 때 거치는 채운봉과 석봉이 있다. 오늘 짙은 비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풍경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보다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더 커진다.
형봉에서 조금 내려가니 도락산 삼거리에 도착했다. 신선봉을 지나 정상을 갔다가 여기로 다시 와서 채운봉으로 하산을 해야 한다.
도락산 삼거리를 지나 막바지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산행을 하기 전에 찾아본 여러 후기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곳이 신선봉이었다. 신성봉에 도착하니 구름도 어느 정도 걷히기 시작해서 기대만큼이나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신선봉에서 잠시 머무르다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서둘러 정상으로 이동했다. 내궁기 삼거리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정상이 나온다.
정상은 다소 실망스럽다. 시원하게 트인 신선봉과 달리 빽빽한 나무에 둘러싸여 조금은 답답한 풍경이다. 정상석이 없었으면 정상인지도 모를 것 같다.
산에 오르면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주의하라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오늘은 좋은 쪽으로 변했다고 할까? 정상에 머물러 있는데 조금 전까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것 같던 하늘에 해가 나기 시작했다. 파랗게 하늘이 열리니 조금 전과 다르게 풍경이 좋아진다. 다만 열기도 같이 후끈해졌다. 하늘이 열린 신선봉의 풍경이 궁금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를 때 잘 보이지 않던 검봉이 멋지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아까와는 다른 신선봉 풍경이다.
신선봉에서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려 했는데 햇볕이 너무 따갑고 그늘이 없어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도락산삼거리에서 채운봉 방향 시작은 평온할 것 같은 데크길이지만 아주 짧은 구간만 그렇고 대부분은 바위길과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채운봉에서 뒤돌아보는 형봉과 신선봉, 도락산 정상도 나뭇가지사이로 살짝 보인다.
마냥 내려가기만 하면 좋을 텐데, 채운봉과 검봉 외에도 자잘한 오르내림이 있어서 체력 소모가 꽤 되는 하산길이었다. 힘들기는 했지만 푸르게 열린 하늘 아래로 펼쳐지는 도락산의 풍경이 정말 예뻤다. 검봉을 지나서도 몇 번의 가파른 계단과 중간중간 오르는 구간이 이어진다.
하산의 마지막 구간은 정비가 꽤 아쉬운 가파른 흙길로 내려왔다.
도락산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계곡이랄까? 산 아래에 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은 물도 그렇게나 많은데, 정작 산에는 계곡도 거의 없고 계곡에 물도 거의 없다. 한 여름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재미도 간과할 수 없는데 완전히 하산하기까지는 그럴 계곡이 없다. 많이 아쉽다. 그런 재미없고 급한 경사길을 쉼 없이 내려가다 보니 어느덧 하산이다.
하산 후 주차장 아래 있는 계곡을 한번 둘러본다.
지금도 물놀이를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계곡 어디쯤에서 생사를 갈림길에 섰다니... 다시 봐도 아찔하다.
도락산은 가파르고 길이 만만치 않다. 바위산이라 바위에서 반사되어 올라오는 열기도 뜨겁고 산 중간에 마땅한 계곡도 없어 삼복더위에 오르기에는 더더욱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멋진 풍경을 가진 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