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出山]
산행지 : 월출산 (전남 영암)
산행일 : 2025.04.04 (금요일)
산행코스 : 천황탐방센터-바람계곡-정상-산성대입구
난이도 : 조금 어려움
참석자 : 장한, 동구, 춘몽, 동이
덕룡산이 다시 가고 싶었다.
덕룡산의 거칠고 날카롭게 솟아오른 암릉과 그 사이로 진분홍 꽃망울을 터트렸을 진달래를 다시 볼 생각을 하니, 산행을 계획하고 모처럼 마음이 들떠있었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 때문에 전국이 비상이다. 해남 산림청에 문의해 보니 해남의 모든 산들은 입산통제 중이라고 했다. BAC공지에서도 덕룡산은 인증 불가로 떴다.
'꿩 대신 닭이다!'
이미 시간을 비워둔 터라 덕룡산을 못 간다면, 덕룡산과 가까운 월출산을 가기로 했다.
(월출산도 최애 산 중에 하나다)
월출산은 2021년 10월에 다녀왔었다. 운 좋게 생애 첫 일출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의 일출 사진은 지금까지 볼 때마다 마음이 울컥해진다. 낮게 드리워진 구름이 바람에 이끌려 파도치듯 흘렀고, 구름 위로 솟아오른 월출산의 암봉은 남해의 섬이 바다를 가르듯 구름을 가르고 있었다.
"이래서 운해(雲海)라고 하는구나"
5시간을 운전해서 영암에 도착했는데 산성대주차장이 있던 자리는 '영암교동지구 도시개발' 중이었다. 주차장이 없어져서 당황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도 길 건너 영암실내체육관에 주차가 가능했다. 춘몽이가 광주에서 동구와 동이를 픽업해서 오는 중이라 영암실내체육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정비를 마칠 때쯤 나머지 일행이 도착했다. 춘몽이 차에 합류해서 천황탐방지원센터로 이동했다.
영암은 벚꽃이 한창이었다. 따뜻한 곳은 벌써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꽃이 지는 나무도 있더라고요, 벚꽃은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무심결에 나온 말에
"우리 청춘 같네요..."라고 동구가 답한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동구의 말이 와닿았다.
'오늘 하루 남아있는 청춘 불살라 보자!!'
천황탐방센터 주차장도 벚꽃이 만발이었다. 아름답게 만개한 벚꽃 뒤로 월출산의 크고 아름다운 산세는 산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슴을 설레게 했다.
간단히 정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했다.
사람보다 큰 조릿대를 지나 구름다리로 가는 갈림길에서 바람계곡으로 올랐다. 바람계곡 코스도 가파르지만 구름다리 코스보다는 한결 쉬웠다. 등산로 양옆으로 솟아오른 웅장한 바위 암릉과 골짜기로 계곡이 흘러 설악산 천불동계곡이 연상되는 등산로였다.
요즘은 일교차가 크다. 아침은 쌀쌀했지만 낮이 되니 기온이 꽤 올랐다. 게다가 산행을 하니 몹시 더워졌다. 바람폭포 갈림림에서 중간 정비를 할 겸 쉬었다.
춘몽이가 준비해 온 커피를 내린다.
'산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다니...'
향과 산미가 적절해 피로가 풀렸다.
동구도 맛이 좋았나 보다.
"이 커피가 뭐예요?"
"'페루 인카 루미 게이샤'에요"
"게이샤? 일본 기생?"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한바탕 웃고 나니 힘이 났다.
바람폭포를 지나면 육형제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여섯 개의 암봉과 맞은편에 있는 사자봉이 서로 힘겨루기라도 하는 듯이 우뚝 솟아올라 있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모두 감탄을 연발하며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인스타(Instagram) 같은 SNS 플랫폼에 맞춰 사진을 세로로 찍는 게 대세다. 하지만 산 사진은 그게 참 어렵다. 세로로 찍으면 다 담아지지도 않고, 가로로 찍으면 화면에 꽉 차지 않아 맛이 나지 않는다. 가로도 찍어보고 세로로도 찍어보지만 아쉽다.
전망대를 지나 능선에 오르면 산성대입구 갈림길이 나온다. 산성대 방향으로 뻗어있는 기암괴석 가득한 바위능선과 바둑판처럼 네모반듯이 펼쳐져있는 영암의 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보이는 이런 논, 밭 뷰도 월출산의 매력 중 하나다.
정상을 앞둔 막바지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 통천문을 지나면 정상이 나온다. 어떤 산이든 정상 직전 경사는 힘든 것 같다.
월출산 정상에 도착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약간 뿌였지만 대체로 시계視界는 좋았다. 정상에서 보는 월출산의 모습은 웬만한 명산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멋졌다. 산을 뚫고 용솟음치듯 올라온 암봉들은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장쾌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정상 올라가면 인생샷 찍어드릴게요."
동이는 '사진에 진심'인 동구에게 산행 시작부터 월출산 정상에 인생샷 찍을 장소가 있다고 했다.
정상에 올라와서 어딘지 가리키는데, 장소가 인생샷이 아니라 영정샷 각이다.
두 사람이 앞으로 더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성대로 하산을 시작했다. 바람계곡코스가 장대한 암릉과 암릉 사이 골짜기로 올라왔다면, 산성대코스는 기암괴석 가득한 바위능선 위로 내려간다.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안전한 편이다. 바위능선을 따라가는 길이라 조망도 좋고, 바위를 타는 재미도 있다.
다만, 천황사코스보다 거리가 길고, 암봉과 암봉을 오르고 내리는 패턴이 반복돼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했고 피로도 증가했다.
'좋은 소리도 자꾸 하면 잔소리가 된다'는 말처럼, 하산 막바지에는 "풍경은 이제 그만 봐도 좋으니 그냥 하산만 했으면 좋겠다"란 말이 나왔다.
산성대주차장 부근은 도시개발 공사 중이었다. 주차장은 없어졌지만 하산로는 남겨놓아 하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오늘 참석자 중 '춘몽'과 '동이'는 전라남도 땅끝지역 BAC인증을 하기 위해 주말시간을 비워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해남 지역 산행지가 전부 통제 중이다. 거리가 먼 곳이다 보니 그냥 귀가하기는 아까웠다. 다음날 전북 고창에 있는 선운산을 방문하기로 하고 월출산 산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