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冠山]
'천자의 왕관을 닮은 산'
산행지 : 천관산 (전남 장흥)
산행일 : 2021.10.01(금요일)
산행코스 : 탑산사-구룡봉-환희대-억새군락-정상(연대봉 723.1m)-거북바위-탑산사
난이도 : 보통
팔영산에서 금방 도착할 것 같았던 천관산에 도착하니 2시간이나 지났다. 지도를 보며 '가깝네'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남해의 들쑥날쑥한 지리가 만드는 마법 같은 현상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낯선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1일 2산을 하려고 지도를 보며 "오~ 여기는 금방 가겠네" 싶었는데..., 아직도 배워야할게 참 많다. '머리가 나쁘면 손 발이 고생한다'던데 내 경우는 머리가 나빠 돈과 시간을 많이 쓴 셈이다.
천관산을 보며 다양한 코스로 검색했는데 출발시간이 늦어져버려 선택지가 줄었다.
"최단코스로 가야겠네..."
내비게이션에 탑산사주차장을 검색했다.
천풍산(天風山), 지제산(支提山), 신산(神山)이라고도 불렸으며, 조선 후기의 지리서인 [택리지]에도 명승(훌륭하고 이름난 경치. 또는 그런 곳.)으로 소개된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변산, 월출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불린다.
천관산이라는 명칭에 대한 유래는 '천자의 왕관을 닮아' 천관산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설과 김유신에게 버림받은 천관녀가 숨어 살았던 산이라는 설도 있다. 두 번째 설은 짝사랑을 많이 해 본 입장에서 배신 아닌 버림받았다면 미련이 남아 주변에서 어슬렁거렸을 텐데 전라도 땅끝까지 와서 숨었다니 무언가 애잔하다. 차라리 '천자의 왕관을 닮아서'라는 이야기가 마음이 편하다.
탑산사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속 깊숙이 오르다 보니 포장됐던 길도 거칠어져서 길이 맞나 싶었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주차된 차들이 3~4대가 있어서 '맞는구나' 싶었다.
팔영산 등산을 하고 온 후라 정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수만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큰 의미는 없지만 시계방향으로 구룡봉부터 오를지, 반시계 방향으로 정상인 연대봉부터 오를지 잠깐 고민하다 구룡봉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주차장까지 상당히 고도를 높인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힘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최단코스가 아니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인 건 시작부터 된비알(몹시 험한 비탈)은 아니었다.
구룡봉에 가까워지면 천관산의 독특한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관산의 바위들은 레고 조각으로 조립해 놓거나, 젠가(보드게임의 일종) 블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한 것들이 많았다.
구룡봉은 봉우리가 커다란 암릉이다. 바위 위에는 돌틈사이로 채워진 흙에 뿌리내린 억새들이 가득했다. 구룡봉에 오르니 진죽봉을 비롯한 정상까지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독특하고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기 좋았다.
구룡봉에서 환희대는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환희대에 오르면 구룡봉과, 진죽봉, 구정봉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다. 휴양림에서 진죽봉으로 올라 연대봉을 들러 구정봉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천관산의 시그니처인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다양한 봉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찍 출발할 수 있었다면 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했겠지만 오늘은 정상부근의 억새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환희대를 지나 정상인 연대봉으로 가는 구간은 큰 오르내림이 없는 억새군락지다. 평일 해 질 무렵 억새군락지에 사람은 없었다. 연대봉으로 다가갈수록 억새는 더 짙어졌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와 그 위로 점점 낮게 드리우는 붉은 햇볕과 기다랗게 늘어진 내 그림자만이 천관산을 채우고 있었다.
약간의 쓸쓸함, 두려움, 우울함과 동시에 기쁨, 황홀함이 공존하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안고 정상을 향해 걸었다.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 정상석과 봉수대가 있다.
풍경이 아름답고 평온해서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산에서 홀로 어둠을 맞이하기는 무서웠다.
인증을 마치고 거북바위를 거쳐 탑산사로 원점회귀하며 산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