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曹溪山

by 장한

#13 조계산

조계산 배바위


산행지 : 조계산(순천)
산행일 : 2025.03.14 (금요일)
산행코스 : 선암사-장군봉(정상 888m)-배바위-보리밥집-송광사
난이도 : 보통


b_ea2Ud018svcu4y5paswjbxo_a2p6xi.jpg?type=e1920_std 조계산 도립공원 안내도



조계산을 간다고 했더니 한 산악회 회장님께서 물었다.

"송광사와 선암사 두 곳 모두 들리는 거야?"
선암사만 갈 계획이라 했더니, 가능하다면 송광사도 들러보라고 하신다. 송광사는 조계종 제21교구 본사로,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한국 불교 '삼보사찰"중 하나이며 아름답고 볼 게 많다고 한다.

처음은 선암사에서 올라 원점회귀 할 계획이었지만, 선암사에 출발해서 송광사로 하산하고 미리 세워놓은 차로 원점회귀 하는 계획으로 수정했다.
급하게 춘몽에게 연락을 했다.
'선암사가 아니라 송광사로 10시까지 올 수 있어? '
춘몽이는 흔쾌히 수락했다.

i_a9aUd018svc5psj8ru1ggg4_a2p6xi.jpg?type=e1920_std 곡성의 한 도로



나와 춘몽이는 송광사에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는데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잘 됐다 싶어 송광사를 먼저 둘러보았다.

송광사는 본찰로 들어서는 입구인 '삼청교'와 '우화각'부터 아름다웠다.
대웅전은 그 앞에 선 이를 압도하는 웅장함이 있었다. 장삼(長衫)만 입은 승려를 주로 봤는데 송광사 스님들은 모두 가사(袈裟)를 두른 체 다녔다, 조금 낯설고 신기했달까?

j_4a5Ud018svcpo8vzbuubgze_a2p6xi.jpg?type=e1920_std 송광사 가는 길
1_g9bUd018svchrcrm4li4gn6_a2p6xi.jpg?type=e1920_std 송광사 입구. 삼청교와 우화각
d_e9bUd018svcjwlasyi02vfi_a2p6xi.jpg?type=e1920_std 송광사 대웅전
8_79cUd018svc1v0xr622ornsl_a2p6xi.jpg?type=e1920_std 조계산 송광사 들머리
8_e9cUd018svc1bmbucop3y4bw_a2p6xi.jpg?type=e1920_std 송광사 등산로 들머리에 있는 대나무 숲



사찰과 등산로를 둘러본 후 선암사로 향했다.

12시에 합류하기로 한 빈땅이 도착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코스 변경을 제안했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워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고맙게도 대수롭지 않게 수긍했다.


- 정호승 시인은 정말 선암사 해우소에서 울었을까?

선암사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총본산이며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보물 제400호로 등제된 승선교와 아름다운 화장실로 꼽히는 선암사 해우소는 유명하다.

7_f9dUd018svc1a9gxcsc35jz1_a2p6xi.jpg?type=e1920_std 승선교 보물 제400호



승선교에서 한 번은 찍어봐야 한다는 구도를 따라 사진촬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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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 아치 사이로 누각이 보이는 구도의 사진이 유명하다.



선암사를 지나며 정호승의 시에 대해 아는 체가 하고 싶었다.

"선암사 화장실이 되게 유명한데 들어보셨나요?"

그런데 '해우소'라고 했어야 시적으로 접근했을 텐데 '화장실'이라고 하니 뉘앙스가 묘해졌다.


"귀신이라도 나오나 봐요?"

"모범 화장실정도 돼요?"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서 맥이 끊겨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웃으며 지나갔다.

2_e9dUd018svc1faumz8g8oxe5_a2p6xi.jpg?type=e1920_std 정호승 신인의 신 '선암사'



사실 승선교와 해우소에 관한 건, 예전 산악회 '검프'라는 친구가 내게 알려줬었다. 그 친구랑 왔다면 이야깃거리가 더 많았을까? 문득 검프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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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_93dUd018svc1ipo2noop66ie_a2p6xi.jpg?type=e1920_std 대각암


선암사에서 정상까지 꾸준히 오르막이다. 특별한 풍경도 없고, 탁 트인 풍경도 거의 없다. 대신 산죽으로 예쁘게 둘러싸인 길이 많았다. 정상을 앞둔 마지막 구간은 숨쉬기 벅차게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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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에서 오르는 등산로



3월답지 않게 햇볕도 강하고 더웠다. 조금만 걸어도 땀에 옷이 젖었다. 반대로 바람은 쌀쌀했다. 오르다 잠시 쉴 때면 땀에 젖은 옷사이로 숭숭 들어오는 바람에 소름 돋듯 추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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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43eUd018svc1oi9zb9ti0yy_a2p6xi.jpg?type=e1920_std
향로암터



조계산 정상은 나무에 둘러싸여 조금 답답하다. 정상에서 '장박골' 방향으로 몇 걸음 가면 그나마 약간 풍경이 트인다. 정상에서 인증을 마치고 '작은 굴목재'를 지나 보리밥집으로 향했다.

c_49fUd018svckx2fowv1o68q_a2p6xi.jpg?type=e1920_std 조계산 장군봉 정상석
6_a9gUd018svc1ljlzs52d46l3_a2p6xi.jpg?type=e1920_std 조계산은 정상이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장박골 방향으로 몇 걸음 이동하면 그나마 트인 풍경을 볼 수 있다.


하산하려던 순간, 빈땅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나 봤더니 이정표 영문표기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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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바위에서 놀다.

작은 굴목재 하산 길 중간에는 배바위가 있다. 이 날 코스 중 제일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게 살짝 부담스럽지만 오를만했다.
'사진 찍게 조~기 좀 가봐' 하면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도 지정한 위치에 가서 포즈를 잡아준다.
당연히 너무 위험하다 싶은 곳은 피했다. 남는 건 사진이라지만 사진만 남기는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i_39hUd018svc1i34ro0l086h0_a2p6xi.jpg?type=e1920_std 배바위
20250314_142829-Pano.jpg 배바위에서 본 장군봉
20250314_143059-Pano.jpg 배바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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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숨은 명소. 보리밥집

조계산 보리밥집은 선암사, 송광사 못지않게 유명하다.
빨갛게 버무려진 채나물과 콩나물, 적당히 간을 맞춘 산채와 호박, 샐러드같이 매콤 달달한 겉절이 등 절밥같이 고기 한 점 없는 차림이지만 먹기 전부터 침이 고인다. 무엇보다 한 여름처럼 더워져 비 오듯 땀을 흘린 뒤 마셨던 뜨끈한 숭늉은 온몸의 갈증을 한 번에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았다. 참기름과 고추장이 담겨 있는 그릇에 보리밥을 얹고 나물반찬을 함께 비벼먹으니 이 보다 좋을 게 없지 않나 싶다. 발우공양하듯 식사를 하고 산행을 이어가려니 배가 부대껴 몸이 무거웠다.

0_9a1Ud018svc1x0kygs6qhaph_a2p6xi.jpg?type=e1920_std 조계산 보리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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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에서 산행을 마무리.

보리밥집에서 굴목재까지는 적당한 오르막이고 굴목재를 넘어 송광사까지는 꾸준한 내리막이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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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집부터 굴목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g_f3jUd018svc120re07flss0t_a2p6xi.jpg?type=e1920_std 배도사 대피소는 1983년 폭설로 인해 광주일고 학생들이 조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지어졌다고 한다.
8_fbaUd018svc1wv1hvm6o1q4r_a2p6xi.jpg?type=e1920_std 굴목재. 해발 고도가 700m 웬만한 산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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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집부터 굴목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0_440Ud018svckzga8obeejb2_a2p6xi.jpg?type=e1920_std 송광 대비소



조그만 다리를 건너 대나무 숲길을 지나면 송광사가 나온다. 오전에 둘러본 예쁜 곳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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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에서의 하루,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


송광사의 고즈넉한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선암사 승선교에서 시작해 조계산 정상을 넘고 배바위에서 탁 트인 풍경을 만끽했고, 보리밥집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송광사의 삼청교와 우화각에서 마무리. 숨이 가쁜 오르막길도, 나무에 둘러싸여 답답했던 정상도, 배바위에서 아찔했던 순간도 모두 오늘의 산행을 특별하게 만든 조각들이다.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더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산은 언제나 그대로지만, 오늘 조계산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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