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일한다는 것, 그리고 생각을 멈추지 않기

by Cum Mimir

최근에 읽은 글 중에 마음에 깊이 남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알베르토 포르탱이 쓴 에세이 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몇 달 동안 LLM을 활용해 코딩을 해본 후, 난 다시 내 머리를 쓰기로 했다.”


그가 LLM 도구(Cusor, Gemini 등)를 이용해 SaaS 인프라를 빠르게 개발했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이 처음엔 빠르고 효율적으로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코드가 지저분해지고, 일관성이 떨어지고, 결국엔 내가 만든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중요한 코딩은 다시 자신이 직접 하기로 결정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지금의 저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매일같이 GPT를 포함한 LLM을 활용해 업무를 처리합니다. 구글 시트 작업, 앱시트 앱 제작, 고객 메시지 작성, 병원 성과보고서 정리까지.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빨리, 이렇게까지 매끄럽게 된다니” 하며 정말 감탄했었죠. 글도 훨씬 깔끔하게 써지고, 분석도 빠르게 정리되니 제 손이 덜 가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감각이 찾아왔습니다.

‘이 문장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일까?’

‘이 결과를 나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지금 내가 그냥 만들어진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GPT가 도와준 글을 다시 읽어보면, 그럴듯하긴 한데 뭔가 내 손길이 닿지 않은,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 맥락과는 조금씩 어긋나 있고, 중요한 뉘앙스는 빠져 있기도 했죠. 결과물은 그럴싸한데, 내가 뭘 했는지 설명하려면 다시 처음부터 파고들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GPT를 쓰는 시간이 늘수록, 함께 읽는 책도 많아졌고, 원문 자료나 논문도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고객 메시지를 쓸 때도, “정중한 표현”이나 “공감”이라는 게 결국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결국에는 내 판단과 감각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문장이 나와도 마지막에 손을 대게 됩니다.


AI가 모든 걸 대신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기대하는 순간, 우리는 점점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편리하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생각하는 힘이 둔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의식해야 합니다.


특히 병원이나 치료 현장처럼, 사람과 직접 마주하는 업무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단 한 줄의 메시지도 환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사소한 표현 하나가 민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AI가 만들어낸 문장을 그대로 쓸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은 사람만이 읽을 수 있고, 맥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LLM은 분명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계속 활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를 잘 쓰려면, 오히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직접 써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요.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그 문장을 쓰기 전에 어떤 생각을 했는가, 그리고 결과를 보고 무엇을 이해했는가인 것 같습니다. AI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하는가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참고 : 알베르토 포르탱 에세이

https://albertofortin.com/writing/coding-with-ai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