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서로를 읽어내는 방식에 대하여
우리는 때로 아무 말 없이도 누군가를 이해한다. 그 사람이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공기의 변화, 시선의 높낮이, 조금 빠른 걸음, 목소리의 끝에 묻어나는 단호함 혹은 주저함. 말보다 먼저 도착한 이 신호들은 어쩌면 침묵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말은 시작도 전에, 우리는 이미 상대의 무게를 어림잡고, 그와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한다.
쥐들도 그랬다. 얼굴이 없고, 옷도 입지 않는 그들은 대신 공기 속에 섞인 미세한 향기로 서로의 사회적 위계를 알아챘다. 옆구리를 스치며 지나친 짧은 접촉, 낯선 냄새 속의 지위. 그들은 싸우지 않고도, 복잡한 사회적 위치를 정돈했다. 후각과 비강이라는 두 감각 기관이 겹쳐 일하는 동안, 그 작은 생명체들은 살아가는 법을 배워갔다. 그리고 우리 역시, 눈빛과 어조, 말끝의 온도에서 그러한 감각을 공유한다.
누군가의 말보다 그의 ‘느낌’을 먼저 기억하는 순간이 있다. 말보다 먼저 닿는 눈빛, 설명 없이 느껴지는 거리감. 우리는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오래 알았던 사이에서도, 말하지 않아도 아는 관계라는 건 그런 것이다. 그 '느낌'은 언제나 구체적이지 않지만, 오차 없이 정확했다.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듯, 우리는 늘 반쯤 감춰진 상대의 의도를 읽는다. 쥐가 냄새로 상대를 읽어내듯이, 우리는 말 없는 사이에, 수많은 신호들로 관계를 조율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때때로 오해하고, 그 오해 끝에 가까워지거나 멀어지기도 한다. 말이 없는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많은 말을 하는 시간임을, 우리는 살아가며 조금씩 배운다.
세상은 소리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침묵도, 향기도, 한 발 늦은 웃음도 모두가 언어다. 그 언어들을 조금 더 정성스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덜 상처 입히고, 조금 더 다정하게 다가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소리 없는 신호: 사회적 지위를 즉각적으로 인식하는 방법” – Neuroscience News (2025.05.20), Current Bi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