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에 대하여
요즘은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마음을 잘 안다는 말을 듣는다.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최근에 읽은 한 연구에서 마음이 덜컥 뜨끔했다. 인간 평균보다 감정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더 지혜로운 반응을 내놓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 이름도 낯익은 ‘ChatGPT’가 포함된 여섯 개의 AI 모델이, 감성지능 테스트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 결과였다.
그렇다고 AI가 사랑을 하고, 상처를 느끼고, 눈물 젖은 편지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감정을 '경험'하지는 않지만, 감정이 일어나는 맥락과 그 흐름을, 말하자면 ‘이해’할 수는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는 때로, 우리가 놓치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포착해낸다.
예컨대 누군가 나의 아이디어를 훔쳐 상사에게 칭찬을 받는 상황이 있다. 속이 부글부글 끓을 테지만, AI는 그 상황에서 가장 감성지능적인 반응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조용히 상사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 대답할지도 모른다. 화를 터뜨리는 대신, 신뢰를 지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단지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까지 배려하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분명 감성적 ‘지능’이다.
우리는 그동안 삶의 지혜란 오직 시간과 상처가 빚어내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지혜를 연습하고 모의 실험해볼 수 있는 ‘도구’가 생겼다. AI는 다양한 인간의 감정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여러 반응의 효과와 여운을 보여준다. 실수하지 않고 미리 연습해볼 수 있는 상담자, 때로는 다정한 거울처럼.
물론, AI가 내 마음을 ‘정말’ 아는 건 아니다. 그것은 끝내 인간만이 건널 수 있는 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지혜를 배우기 위한 지도나 등불로 삼을 수는 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나와 타인을 모두 존중하는 길인지 — 이 모든 질문을 AI와 함께 던지고 연습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AI는 삶을 ‘흉내’ 낼 수 있을 뿐, 삶을 살 수는 없다. 지혜는 결국, 내가 스스로 겪고, 사랑하고, 잃고, 용서하며 나만의 색깔로 빚어내는 것이다. AI가 제안한 가장 감성지능적인 반응도, 내 삶의 문맥에서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니 AI에게 묻되, 자신에게 한 번 더 물을 것. “지금 이 마음, 진심인가요?” 하고.
말하지 않아도 아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데이터를 학습한 기계가 아니라, 내 마음을 지나간 누군가가 남긴 흔적일 것이다. 그러니 AI는 감정의 길목에서 우리를 돕는 좋은 동행일 수 있겠지만, 마음의 끝까지는 함께 갈 수 없다. 그 길은, 결국 사람만이 걸어야 하는 길이니까.
참고자료
“AI shows higher emotional IQ than Humans”, Neuroscience News, 2025.5.22
https://www.neurosciencenews.com/ai-emotional-iq-26088/